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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여행들

하얼빈 빙등제 첫날 - 안중근 기념관, 731부대, 눈조각 전시장, 빙등제

 

한국에서라면 하얼빈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흔하지도 않고

 

일단 영하 40도의 하얼빈에 갈 필요성을 못 느끼겠지만

 

하얼빈 빙등제는 세계 3대 빙등제로 손꼽히는데다

 

이번에 안 가면 언제 가냐라는 생각에

 

엄마 나 동생 같이 가출. 아빠는 출장가심.

 

 

베이징에서 밤 열차 타고 12시간 걸려서 아침 7시에 하얼빈 도착.

 

엄마랑 경혜는 고생했다는데 난 겁나 숙면함.

 

우리집에서 중국 열차 오랜 시간 타본 사람이 나밖에 없구나.

 

와 혼자 다닐땐 침대 6개짜리 싼거 탔는데

 

침대 4개 객실이다 우와.

 

하얼빈역 도착.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쏘아죽인 그곳.

 

당시 일본은 한국을 밟고 중국까지 넘보고 있었기에

 

안중근 의사의 이토 암살은 중국인에게도 환영받았다.

 

 

바닥을 보면 안중근 의사가 총을 쏜 자리와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표식이라고 하기엔 이것도 너무 초라해서

 

설명이 없다면 의식하지도 못하고 지나갈 정도.

 

구국의 영웅을 이따우로 대접한다니.

 

나라 망해도 독립운동 하지 말라더니.

 

 

일단 가장 가까운 악명높은 731 부대로.

 

일본군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한 곳이다.

 

중국은 건물 자체를 박물관으로 지정해 놓고

 

일본이 한 짓 자체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당시의 상황을 그려놓은 사진들과

 

일본군들이 쓰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총알이 사람을 몇 명이나 통과할 수 있는가,

 

물에 적신 사람 팔을 영하 40도에서 얼리고 망치로 치면 어떻게 되는가,

 

임산부의 자궁에서 태아를 꺼내고 그 안에 쥐를 넣어 봉합하거나.

 

윤동주 시인이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곳도 731 부대는 아니지만

 

하얼빈 근처로 알려져 있다.

생체실험 모습.

 

페스트균, 바닷물, 동물의 피나 정액, 기타 관련 물질들을

 

마취도 없이 사람의 몸에 주사하고 변화를 지켜보았다.

 

한국인들은 잘 모르지만 80년대 후반까지

 

일본의 의술이 서양과 동급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여기서 실험했던 생체실험 자료들을 고스란히 일본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열을 식히려고 안중근 기념관으로 이동했으나.

 

조선족 박물관 한 켠에 위치한 정말 초라한 기념관을 보자

 

아까 받았던 열과 함께 다시 또 열받는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서

 

조선족과 민간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해 임시정부도 역시 마찬가지.

 

 

 

안중근 의사 상 앞에서 한장.

 

기념관 안에서는 안중근의 육성 테잎과 다큐멘터리를 틀어주고,

 

하얼빈에서 쓰던 물건들을 전시해 놓았다.

 

둘 다 스키복에 목도리에 둘둘 싸 감았다.

 

저날 기온 영하 27도.

 

하얼빈 사람들은 이 날씨 따뜻한 거라며 너희들 운 좋은거라 함.

 

 

눈 조각 전시장으로 이동.

 

입장료 280위안 으르르르르-_-

 

그래 어차피 니네 겨울 한 철 장사고

 

여기 온 사람들 이거 보러 왔으니 내가 참는다.

 

크다.

 

엄청 크다.

 

역시 대륙은 뭘 해도 크다.

 

 

독립문.

 

크다.

 

춥다.

 

댑따 크다.

 

저 뒤에는 눈으로 지은 카페도 있지만

 

커피값 비쌀테니 그냥 패스.

 

 

 

엄마 나 동생

 

내복+겨울옷+스키복+어그부츠+목도리+털모자.

 

하얼빈 사람들은 점퍼 하나만 입고 다니지만.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옷을 껴입어본 적이 있던가.

 

 

 

밤이 되어 하얼빈 빙등제로 이동.

 

입장료 350위안.....으르르르르....(한화 5만원)

 

역시 크다.

 

이번 빙등제의 주제는 '러시아'.

 

2010년인가 주제가 '한국'이었다던데.

 

한국에서 보던 얼음조각상을 크게 키워놓은 기분.

 

 

 

저기 까만게 내 머리임.

 

온 거 후회하지 않음.

 

입장료가 아깝지도 않음.

 

추운거 버티려면 발바닥에 땀나게 돌아다녀야 함.

 

안 춥다는 말은 뻥임.

 

밤 되니까 영하 35도까지 떨어짐.

 

내쉬는 숨이 목도리에 수증기가 되어 얼어붙는다.

 

 

엄마랑 한장.

 

저 형형색색이 전부 빙등임.

 

올림픽경기장보다 더 큰 규모임.

 

역시 중국애들 대단해.

 

역시 평생에 한번은 와볼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