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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놀기

정말 너무 꿈만같았던 H.O.T 콘서트 후기 20181014

17년만의 콘서트


왕의 귀환


티켓 구하고 싶어서 친구들까지 PC방 끌고가


피터지는 예약을 진행했는데 무참히도 실패했다


그리고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표 산 사람들이 언제 가느냐고 묻는거다


그래 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오픈카톡을 뒤지다가


부산에서 못 가는 팬 분이 연석을 정가에 양도하는 걸 발견 ㅠㅠ


눈물을 머금고 보내는 티켓이라고 ㅠㅠ


손편지와 마스크팩까지 정말 감동의 물결


공연 시작하기도 전에 팬심으로 대동단결


감사해요 표 판분 평생 적게 일하고 많이 받으세요ㅠㅠ



두근두근 전날 밤 설치고 떨리는 마음으로


잠실 종합운동장에 도착


지하철부터 물씬 풍기는 Club H.O.T의 향기


내가 정말 여기에 오다니 두근두근


H.O.T가 정말로 17년만에 콘서트를 한다니


제일은행 앞에서 표 산다고 줄 서있다가


세종문화회관 콘서트장 창밖에서 소리지르던 게 엊그제같은데



이미 화장실과 편의점에는 줄이 이만큼


편의점도 H.O.T 팬분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걸어놓고


죄다 H.O.T 노래들로 도배 중


나 진짜 이 날 너무 행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은 그지같았음 일단 화장실이 절반은 공사중이라


화장실마다 줄이 50미터는 늘어서고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버리는 광경이



저기로구나 보인다 보인다


이번 공연 실황은 아마도 DVD로 제작해서 판매하려는 듯


의외로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이 생각보다 없어서


도대체 가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너무 궁금했다


입구부터 이미 흰색 우비의 물결



14일 낮 3시쯤 도착했으나


응원봉이랑 밧데리 빼고는 이미 전체 품절


그래 난 어차피 응원봉 사러 나온거니까


응원봉 사는 줄은 1인 1 구매인지라 금방 줄이 빠져나간다


줄서서 한 컷


High-Five of Teenagers의 플랭카드를 배경으로


난 지금 너무 신났음


낮에는 더웠는데 밤되니까 추워졌음


지금은 십대가 아니지만 뭐 그런들 어떠하리


..........뭘 어쩌라구요........????


팬 문화도 응원도구도 많이 발전했다


동네 수퍼에서 풍선 사서 흔들던 우리로서는


태깅이 뭔데ㅠㅠ 먹는거야ㅠㅠ?


그거 어디서 하는건데ㅠㅠ


물어물어 태깅을 하긴 했음


표랑 응원봉 갖고 태깅부스로 가면 등록해주심


태깅하기 전에 밧데리 넣고 전원 켜야 함




살면서 이런것도 다 사봅니다!!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이런거 팔았으니 공연 한번은 더 해주겠죠?



왔으니 인증샷도 한장 박음


17년동안 묵혀두었던 내 MF 힙합바지


지하철 타고 가는 내내 창피하였으나


나와 같은 복장인 분들이 있어서 안심함


그땐 저게 최고의 간지였음


내가 이걸 안 버리고 간직해둔 이유가 있다



다 같이 모여서 티켓 인증샷 한 컷


우리는 암표같은건 사지 않는 준법정신이 강한 팬들임


근데 그 앞에서 암표 팔던 아저씨들은


도대체 표를 어떻게 구해서 뭉테기로 갖고있는겨



입장합니다 ㄷㄱㄷㄱㄷㄱㄷㄱ


이미 앞에서부터 사람 장난 아니야 ㄷㄱㄷㄱㄷㄱ


제 자리는 3층 4 구역이었습니다


앞이었으면 좋겠지만 이거라도 구한게 어딥니까



입구에서 이런 배너를 나눠줬다


공연 끝날때까지는 SNS에 업데이트 하지 말라 했는데


사실 공연장에서는 핸드폰이 안 터질 정도로


엄청난 열기 ㄷㄷㄷㄷㄷ


역광이라서 잘 안 나옴 ㅠㅠ


저 아래에 보이는 앞자리 표 구한 분들의


눈부신 하얀색 물결 ㅠㅠ



해가 지려 하고


공연이 시작된다


원래 응원봉은 흰색이었는데


공연하는 내내 색이 중앙 제어로 바뀌었음


아 진짜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마지막 인증샷


그리고 공연 시작


떠나갈듯한 함성


나 지금도 눈물 날 것 같아ㅠㅠ



가장 첫 무대는 데뷔곡인


전사의 후예, 아이야, 늑대와 양, 투지 믹스


목이 잠기는데도 소리를 계속 질러서


다음날까지 목이 너무 아팠다



이것이 이번에 바로 그 유명함


HOT 색맹 검색 짤


파란 바탕에 초록색으로 HOT를 새기면 그게 보이냐


환희에 흰색 슈트 레알이냐고 ㅠㅠ


20년동안 내 MP3에서 한번도 지워진 적이 없는 노래


표 판 분께 사진이랑 영상 보내드리기로 해서 부지런히 찍음


다시 한 번 부디 사는 내내 복받으세요



그리고 H.O.T의 대표곡 캔디


강타 울리고 싶었는데


나이드니까 눈물이 적어지나 보다 우리 칠현이ㅠㅠ


수십년전에 춤추던 노래를


밤사에서나 이젠 간간히 나오는 노래를


여기 와서 라이브로 듣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나올때가 됐는데 싶었던 We Are The Future


빠순이네 어쩌네 암만 욕해도


내 앞에는 남자 둘이 온 분이 있었고


가족 단위로 온 분들도 꽤 많았고


(아니 어떻게 4인가족 단체표 연석을 구한거지)




우리 칠현이 열창 ㅠㅠ


난 그때도 강타 팬이었고


지금도 강타 팬이고


역시 내 눈은 절대 틀리지 않았어


콘서트가 끝나가려 하는데 우리 뒷 자리에서


"내 마누라가 기다린다!!!"라고 소리를 빽 지른 남자분이 있었음


님 좀 쩌는듯



공연이 다 끝나고


우비 안에 습기가 찰 정도였지만


차마 나가지 못해 발걸음을 멈춘 팬들


집으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고


이 날 하루가 정말 꿈 같다



20년 전 일산 고향집에서 동생들과


기집애 셋이 쪼르르 앉아서 VCR에 비디오 넣고


H.O.T 나올 때마다 녹화하고


그걸 보고도 아무 말도 않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고향집도 전부 사라졌지만


뭔가 하나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