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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50일 여행

쿠스코 셋째날 - 드디어 마추피추로, 잉카트레일, 마추피추

쿠스코라고 써놨지만 사실 마추피추는 쿠스코에서 120km떨어져 있고

 

(서울에서 대전거리) 숙소 문앞에서 마추피추 입구까지 버스-기차-버스로 5시간 걸림.

 

바로 갔다오는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1박 2일 이상을 선택하는데 가는 방법은

 

쿠스코에서 잉카트레일 기차역이 있는 오얀따이땀보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피추 바로 밑에 있는 마을인 아구안 칼리테스까지 기차를 타고

 

아구안 칼리테스에서 마추피추 문앞까지 버스를 타는 방식이 거의 메인임.

 

한국에서 여행 출발 전 블로그 검색할 때 동네 이름이 너무 어려워 대충 포기하고 갔다가

 

220불 옴팡 바가지쓰는 수모를 겪음.

 

대부분 거쳐가는 도시는 저러하고 마을버스로 간다거나, 걸어간다거나, 여행사 버스를 대절한다거나

 

여튼 가는 방법은 천차만별임. 너무 많아서 쿠스코 도착하면 멘붕에 빠짐.

 

미리 기차표 다 끊어놓을거 아니면 가서 알아보는 방법을 추천.

 

아무리 준비해도 현지에 가면 정보도 많고 방법도 많고

 

난 누구 여기 어디에 몰리기 십상임.

 

 

9시에 마추피추에 입장해야 하므로 해도 안 뜬 4시에 출발

 

여행사에서 사람들을 픽업해서 버스에 태우고

 

내가 사진찍으니까 다들 웃는다^_^

 

일단 이 버스를 타고 오얀따이땀보까지 2시간을 가서 7시 기차를 탐.

 

차는 쿠스코 산기슭을 넘어 구불구불 이동하기 시작하고

 

난 그대로 꿀잠에 빠짐.

 

 

 

 

오얀따이땀보에 있는 잉카트레일 기차역.

 

사실 쿠스코까지 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 마추피추임.

 

가는 방법이야 천차만별이더라도 목적지는 한 곳이라

 

이 역에는 이미 잉카트레일, 페루트레일, 그리고 기차길을 따라 걷거나

 

산악 자전거를 타려는 사람들까지 모여서 바글바글.

 

아침 7시의 오얀따이땀보는 정말 춥다.

 

안에 카페도 있지만 비싸다.

 

 

 

잘 보이진 않지만 기차 시간표.....

 

마추피추는 하루 입장 2800명, 와이나픽추는 하루 입장 400명이라서

 

와이나픽추는 그냥 처음부터 깔끔하게 포기하고.

 

드디어 그 유명한(드럽게 비싼) 잉카트레일을 내가 타는구나

 

 

 

파란색이 페루레일, 흰색이 잉카레일

 

잉카레일보다 페루레일이 20불정도 조금 더 비싸다.

 

내부 시설이 더 좋다지만 뭐 그냥저냥

 

이 기차를 타고 또 2시간을 달려 아구안 칼리테스로 간다.

 

6시 45분 페루레일을 먼저 보내고 7시 15분 내가 탈 잉카레일이 왔다.

 

 

잉카레일 앞에서 한방.

 

전 세계에서 마추피추를 보러 온 사람들이 모여

 

독사진 찍기란 거의 불가능함.

 

큰 짐은 쿠스코 숙소에 맡기고

 

어제 시장에서 30솔 주고 산 백팩에 1박 2일 머물 물건들만 담아서 갔는데

 

 이때부터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잉카레일 안에서.

 

차도 서빙해주고 따로 음식을 시킬수도 있고

 

쵸콜렛도 주고 서비스 좋다.

 

사람들은 창밖으로 펼쳐지는 안데스 풍경에 넋을 놓고 있고

 

언제쯤 또 이런 광경을 볼까 싶었는데.

 

이때부터 갑자기 배가 꾸르륵대기 시작하면서

 

난 기차 화장실을 다섯번쯤 드나들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점점 더 어지러워졌다.

 

 

여행사에서 준 잉카레일 표와 마추피추 입장권

 

이거 잃어버리면 새됩니다

 

날짜를 틀려도 새됩니다

 

여권도 가져가셔야 합니다

 

한명한명 신분증 확인하고 입장시킵니다

 

그리고 난 뭔가 심각하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구안 칼리테스에서 내리면 기차역 밖으로 나와

 

마지막으로 마을에서 마추피추까지 가는 버스를 탄다.

 

도착하면 마추피추 입구에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이만큼 서 있다.

 

여기서 자기를 데리고 다녀 줄 가이드를 만나는데

 

영어, 스페인어 중 선택해서 팀을 나눠준다.

 

한동안 사람들이 jung이라는 내 이름을 영, 흥, 헝, 등 지멋대로 불러서

 

알아듣지 못했었음.

 

그리고 난 여기에서도 입장료 내는 화장실을 세 번 쯤 가고

 

열이 나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면서

 

내가 여기를 어떻게 왔는데 이 악물고 버티자는 마음과

 

일단 살아서 나가야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한 마추피추.

 

마추피추는 성이 아니라 도시의 이름이다.

 

당시 사람들의 생활 전체를 이해하려면

 

안내서적을 꼼꼼히 읽던지, 그냥 가이드를 잘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들어야 한다.

 

도대체 이 미친놈들은 왜 천년전에 이 산꼭대기에다 도시를 지었나.

 

지금 기술로도 여기에 도시를 짓기는 불가능해 보이는데.

 

실제 눈앞에서 본 마추피추는 경이 그 자체였다.

 

 

 

왔으니까 기념사진은 한 장.

 

사실 지금 난 얼굴이 하얀게 아니라 하얗게 질린거다.

 

어제 먹은 꾸이가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건 이제 알겠고

 

결국 난 마추피추에서 두시간만에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고집을 부렸다간 이 산꼭대기에서 실려내려갈게 뻔했다.

 

사람들이 다들 내 얼굴 색을 보고 고산병이냐며 한마디씩 하는데

 

난 정말 대꾸해줄 기운도 없었다.

 

진짜 내려오는데 눈물이 철철 나더라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원래는 9시에 입장한 마추피추에서 5-6시간을 있다가

 

오후에 아구안 칼리테스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자고 내일 아침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거였는데

 

난 결국 점심때쯤 아구안 칼리테스로 내려오고 말았다.

 

한술 더 떠 날씨는 비가 오려고 꾸물꾸물 하고 있고

 

난 비상약조차 큰 가방에 넣어 쿠스코에 두고 왔으며

 

오늘 밤 쿠스코로 돌아가는 잉카레일 표는 아마 없을 것이 확실한 상황.

 

 

 

 

약국 갔는데 말이 안 통해서

 

열난다고 약사한테 이마 짚어보라고 하고

 

숙소 주인들은 이러다 오늘 구급차 부르는거 아닌가

 

내 눈치만 보고 있고

 

눈물은 계속 나고

 

두번째로 간 약국에서 아줌마가 내 머리를 짚어보더니

 

여기서 약 먹고 가라며 약이랑 따뜻한 차를 내주는데

 

진짜 계속 눈물만 나더라.

 

지금도 아구안 칼리테스는 약국 아줌마 안고 운거밖에 기억 안 난다.

 

이 동네 온천도 있고 그렇다는데 구경이고 나발이고

 

난 이를 악물고 내일 내려가겠다는 생각으로

 

숙소에서 열 펄펄 끓으며 드러누워 있다가

 

내 마추피추는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말도 안 통하는 여행지에서 혼자 아프면 정말 서럽다.

 

오늘의 소감: 여행가면 건강관리를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