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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50일 여행

쿠스코 넷째날 - 다시 쿠스코로, 한식당 사랑채

고열 복통 설사와 힘겨운 사투를 벌여서


다시는 올 거 같지 않을거 같았던 아침이 오고


난 죽었다 깨어나도 오늘 쿠스코로 돌아가야 한다


병원도 없이 보건소뿐인 이 동네에서 기차 놓쳤다가는


난 정말 이 동네에 묻힌 최초의 한국인이 될지도 몰라.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열이 좀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정말 산속에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라


돌아보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다.


진짜 왜 멀쩡하다가 하필 어제 탈이 난 건지



기차역에는 다시 쿠스코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전 세계에 웬만한 관광객들은 다 모인 듯


난 누구랑 노가리 깔 기운도 없고


그냥 무사히 쿠스코로 돌아가기만을 빌고 있다


아오 기차 왜 이리 안 와


마지막으로 본 아구안 칼리테스.


마추피추도 구경 제대로 못하고 여기도 제대로 못 보고


한도끝도 없이 아쉽지만 난 나머지 일정이 있고


안녕 마추피추.


내가 진짜 지구 멸망하고 설국열차 타도 쥐를 다시는 먹나봐라


오얀따이땀보에 내려주면 기차역 앞에서


승합차 기사들이 쿠스코 10솔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손님들을 모객해서 차에 태운다


어차피 기차역뿐인 오얀따이땀보에는 볼것도 없고


나는 쿠스코에 한식당이 있으므로 일단 거기 구조요청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아무 버스나 타고 돌아오는데 울적한 내 마음과는 달리


창밖 풍경이 너무 예쁘다ㅠㅠ



다시 되돌아온 쿠스코.


이 안에 한식당이 있다.


ㅇㅓ딘지는 모르고 기운은 없고 멘붕인 상태인데


지나가던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보고


그냥 가이드한테 얼굴에 철판깔고 물어봤다.


일단 내가 살아야한다.


다행이다 한국인 가이드가 있어서.


그 와중에도 이걸 보니 예쁘다는 생각이 듬


인디오 전통 천으로 만든 스니커즈


안된다 이거 사면 굶어야한다


짐늘어난다 지금 나는 일단 뭔가 먹어야 한다


밥이 먼저다 살아야 한다


눈물나오는 죽 한 그릇 ㅠㅠ


원래 계획은 돈을 더 주더라도 한국인 직원한테 부탁해서


죽 좀 쒀 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메뉴를 보니 죽이 메뉴판에 아예 있다.


....이동네 나같은 놈들 많은가보다....


여행다니는 동안 한식은 잘 먹지 않는다는 스타일인데


진짜 이거 안 먹으면 여기서 그만두고 한국으로 가는 사태가 벌어질수도 있었다.


점심은 그나마도 다 못 먹고 남겼는데


저녁에는 죽 한그릇 다 비울 수 있었다.


살았구나....ㅠㅠ



상상도 못한 고생 끝에 쿠루미 호스텔로 돌아옴


호텔 마당에 잘 돌아다니던 검둥이


야 나 아파 아는 척좀 해줘 ㅠㅠ


직원한테 부탁해서 내가 쓰던 침대 다시 쓰겠다고 함


그래도 다행히 하루 쉬고 한식 먹으니까 좀 살거같음


이번만 지나면 남미 여행에서 더는 잔병치레 안하겠지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온 쿠스코.


또 비가 오고 있다.


나는 내일 저녁에 푸노로 자리를 옮겨야 하고.


이렇게 쿠스코를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돌아다닐 정도로 몸이 나아져서 다행임.


그리고 돌아다니다가 발견


한국어가 가능한 여행사가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내일 하루는 쿠스코 근교 투어를 할 생각이었지만


또 밤새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에서


더 무리했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


쿠스코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