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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의 위로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금쪽같은 내 새끼.

 

16년 8개월동안 금이야 옥이야 동고동락 한 우리 루키가

 

2016년 1월 27일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지금도 방문 열고 내 침대로 들어올 것 같은데

 

이제야 좀 받아들이고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이 글 쓰면서 난 또 울겠지만.

 

 

 

중국에서 사온 왕리본.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

 

귀 가지고 장난치는거 이제 체념한 표정.

 

내가 아무리 끌어안고 장난쳐도 싫은 내색 하지 않는

 

평생동안 정말 좋은 개였다.

 

 

 

아빠와 동생과 함께.

 

아빠는 그 날 회사를 조퇴하고 차를 가져와서 루키 병원으로 같이 갔다.

 

이상하게 그날 면접 연락이 와서 난 병원에 못 갔다.

 

아빠한테도 루키는 자식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돌아왔을 땐 이미 늦었었다.

 

어차피 떨어질 면접, 그냥 가지 말걸.

 

 

 

사람한테 부비는걸 좋아하는 순둥이.

 

소파에 누워 있으면 꼭 품으로 파고들었다.

 

루키가 죽고 나서 소파에서 잔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가 누우면 어디선가 네가 달려올거 같아서.

 

너 없이 소파에서 자 본적이 이 소파 사고 단 한번도 없어서.

 

 

 

사랑하는 내 동생.

 

클럽 간다고 밤에 혼자 뒀던 게 제일 속이 상한다.

 

산책 더 많이 못 시킨 것도 미안하고.

 

유기견 센터에는 돈을 그렇게 보냈는데

 

애한테 해준건 정작 별로 없네.

 

지난번에 길에서 루키한테 행패부린 할아버지

 

다시 만나면 죽일거야. 진짜 죽여버릴거야.

 

 

 

내 친구들한테도 인기 만점이었던 우리 애기.

 

그나마 다행인건 강아지가 죽었다고 하니

 

개가 죽은걸 가지고 왜 그러냐는 사람들보다

 

힘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

 

생각해보니 내가 2013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에도

 

이미 루키는 노령견이었다.

 

 

 

 

인사동에서 사다준 싼타옷.

 

루키가 죽고 그 다다음날 홍대에 갔다가

 

9번 출구 강아지 옷 파는 곳 앞에서 울어버렸다.

 

여기서 루키 옷 참 많이 샀는데.

 

일본에서 사 온 셔츠는 결국 몇번 입지도 못했다.

 

 

 

 

콩밥이랑 삶은 고구마를 좋아했었다.

 

밥먹는 내내 자기도 달라고 짖고,

 

먹고 일어나면 식탁 위에까지 올라와서

 

식탁을 빨리 치웠어야 했다.

 

밥 먹을 때 조용한게 익숙하지 않아서 계속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온다.

 

 

 

루키 닮은 인형 따루. 큰 루키라는 뜻이다.

 

루키 냄새가 밴 이불도 요도 전부 버렸다.

 

몇번 먹지도 못한 사료는 유기견 센터로 보내고,

 

다른 애견용품도 전부 주변 강아지 있는 집에 보냈다.

 

루키 물건이 이렇게 많았었나.

 

 

 

 

포레크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으면

 

체로키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말에는

 

개가 죽었을 때에는 주인과 그 주인의 조상들이 기다리는

 

고향 산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살아서 충성심이 깊었던 좋은 개는 산에 받아들여지지만

 

그렇지 않았던 개는 산에 들어갈 수가 없는데,

 

개라는 건 원래 충성심이 깊도록 만들어진 동물이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개는 없다고 전해진다.

 

지금쯤 루키는 일산집 뒷산에 도착했을까.

 

 

 

 

관에는 고구마 한 봉지를 넣어서 보냈다.

 

2014년 추석 전에 심장 발작으로 한번 쓰러지고

 

1년 4개월을 더 살았다.

 

죽기 직전 3일은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다.

 

날이 너무 추워져 병원에 가는 것조차 위험했다.

 

그래도 데려갔었어야 했나,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낡은 옷이 생기면 루키를 입힐 수 없을까 고민하고

 

고기를 구워먹다가 남으면 늘 싸오고

 

장난감이 생기면 루키가 쓸 수 있는건지 일단 보던 17년.

 

그 습관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앨범에도 루키가 있는데.

 

 

 

 

 

내 침대에서 루키가 안 일어나자

 

엄마가 루키 위로 이불을 덮어 버렸다.

 

힘들었던 소송과 긴 실직 생활에 루키가 낙이었는데

 

아직도 들어올 때 습관적으로 루키야 부를 것 같다.

 

내가 루키한테 의지하는 게 이렇게 컸었다.

 

 

 

뭔가 먹고 싶으면 냉장고 문을 긁었다.

 

새벽에 간식이라도 먹을라치면 루키가 깰까봐

 

조심스럽게 씻어서 문 닫고 먹곤 했다.

 

밤에 냉장고를 막 열어도 된다는 사실이 생소하다.

 

17년동안 그런 적이 없었다.

 

아니, 열살 이후로 한국에 있을 때에는

 

강아지가 없는 방에서 자 본 기억이 없다.

 

 

 

 

잠이 늘어나고, 활동량이 줄어들고, 음식을 꺼리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그 상태여도 좋으니 내 옆에 있었으면 하지만.

 

엄마는 이제 엄마보다 먼저 죽는건 기르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빠도 평생에 개를 다시 기를 수 있을까 싶다고 한다.

 

며칠동안은 미안해서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루키가 먹지 못하는 음식들만 먹었다.

 

 

 

엄마랑 루키.

 

엄마는 루키가 아픈 일주일동안 소파 생활을 했다.

 

나랑 같이 자던 루키가 언제부터인지 엄마랑만 자려고 들고

 

루키가 없는 집에 들어오기 싫어지다가도

 

엄마가 혼자 있으면 더 안될 것 같아서 집에 온다.

 

엄마한테도 루키는 자식같은 존재였으니까.

 

 

 

잘때는 정말 천사.

 

간신히 재웠는데 간혹 전화가 와서 루키를 깨우면

 

전화한 상대방에게 성질을 부리곤 했다.

 

어렸을때는 윤기가 흐르던 갈색 털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주둥이부터 털이 하얗게 쇠기 시작했다.

 

 

 

 

난 여행 갈 때마다 루키를 두고 갔고

 

노느라 늦게 들어온 적이 일찍 온 적보다 훨씬 많았고

 

산책을 시키지 못했던 적도 많은 그냥 그런 주인이었다.

 

루키는 우리 가족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내가 울면 자다가도 다가오는 좋은 개였다.

 

 

지금은 정말 너무너무 보고싶지만

 

아직도 매일 울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우리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사랑하는 우리 막내. 안녕.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