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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의 위로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 하나

 

작년 이맘때, 밤 12시에 전화를 받았어요

 

내 친구가 회사 18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대요.

 

전화를 받았을 때는 믿어지지 않았어요

 

눈물도 안 났어요

 

영정사진을 보니 그제서야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례에서 절을 하고 앞을 보는데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반차를 쓰고 발인하는 것 까지 보고

 

화장장까지 따라갔다가 회사로 돌아왔는데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고 있는 거에요

 

변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날의 사무실 광경이 머릿속에 박힌 것처럼 잊혀지지가 않아요

 

난 지금 내 친구를 불구덩이에 밀어넣고 왔는데

 

내 하늘이 무너졌는데

 

근데 내 하늘 무너진 거잖아요

 

그 사람들 하늘 무너진 거 아니잖아요

 

 

나는 말씀하시는 분과는 반대로

 

어떤 가면도 쓸 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아요

 

삼일동안을 울면서 보냈어요

 

우리 부장님이 제가 지하 휴게실에서 혼자 우는 걸 봤대요

 

그런데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대요

 

무언가 말하면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고 도망갈까봐

 

가끔은 울어서 풀어버리는 일도 있을 수 있으니까

 

 

난 그때 회사에서까지 우는 내가 너무 한심했어요

 

그래도 일은 해야되는데

 

공사구분 이렇게 못 하면 사회생활 못할텐데

 

근데 사람이잖아요 우린 어떻게 그렇게 살 수가 있어요

 

공과 사를 그렇게 구분을 잘 할 수 있음 좋겠지만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뭐 하나 못 할 수도 있는 거에요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요

 

괜찮냐고 물어보지 말아요 안 괜찮아요

 

그때 가장 힘이 됐던 말은 힘내란 말이 아니라

 

울어도 괜찮으니까 실컷 울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사가 공을 먹어버린 거고 그쪽은 공이 사를 먹어버린 거지만

 

그 정도는 못 할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어쩌면 감정 조절하지 못하고 울어버린 나보다

 

꿋꿋하게 자기 할 일 다 했던 그쪽이 더 씩씩한 거에요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게 비정상 아닌가요

 

 

지금 내가 울고있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어요

 

회사에서 평가 안 좋게 받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어요

 

근데 생각보다

 

세상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결국에 회사는 그만두게 됐지만

 

저는 그 이후로 내가 해낸 것들에 대해 만족하고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재미있는 삶을 살았어요

 

한 번 쯤은 울어도 돼요

 

소리내서 울면 좀 어때요

 

이 사람들 다시 볼 거 아니잖아요

 

이상하게 보면 좀 어때요

 

그거 내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거 아니잖아요

 

세상 그렇게 쉽게 안 무너져요

 

 

이 얘기를 아무한테도 할 수가 없었던 건

 

공감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지금 내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는지 모르잖아요

 

겪어보질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내가, 우리가 겪은 일은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에요

 

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기분을 모르지만

 

말씀하시는 분도 젊은 놈 나보다 먼저 묻는 기분 모르시잖아요

 

공감하지 못한다고 상처받지 말아요

 

그건 당연한 거에요

 

 

사람이 정말 위험해지는 순간은

 

가까운 사람들한테 짜증내는 순간이 아니라

 

그 사람들 마저도 모르는 사람처럼 대할 때에요

 

친구들이 당신을 가장 걱정하는 순간은 짜증낼 때가 아니라

 

친한 사람마저도 손님처럼 웃으면서 대할 때에요

 

우리 부장님이 알고 계셨듯이

 

친한 사람들이라면 내가 아무리 웃고 있어도

 

내 속이 썩어 문드러져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짜증 좀 내도 괜찮아요 그러면 좀 어때요

 

사람이 살면서 언제고 좋을 수만은 없는 거잖아요

 

 

내가 전화만 한번 더 했으면 어떘을까

 

난 이 생각으로 일년을 보냈어요

 

생각보다 쉽게 나아지지 않아요

 

정말 많이 울 거에요

 

그런데도

 

24시간 울었다면 내일은 23시간 울거고, 모레는 22시간 울거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서서히 나아질 거에요

 

일년이 지난 나도 아직도 울어요

 

울어도 괜찮아요

 

 

아주 서서히 나아질 거에요

 

그리고 그때 돌아보면

 

정말 힘든 시간 내가 이겨냈다는 걸 알게 될 거에요

 

우린 비정상이 아니에요

 

걱정말아요

 

우린 이겨낼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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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갔을 때, 진심으로 하고싶었던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 이야기.

 

꼭 한번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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