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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의 위로

일산집이 팔린 날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 95-27

 

울 엄마 시집오기 전에 살던 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계시던 집

 

내가 태어난 집

 

내가 태어난 이후 늘 외갓댁이었던 집

 

30년을 그 자리에 있던 집이

 

오늘부터 우리 집이 아니게 됐다.

 

 

30년을 뛰어다녔던 골목

 

이제는 눈감고도 참아갈 수 있는 골목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에 노인용 가구들을 들어내던 날

 

언젠간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는데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가슴 한 켠이 아리네

 

 

 

꿀벌이 집을 지었던 주차장 구석 기둥

 

우리 짜리가 잠들어있는 마당

 

수백번도 더 뛰어다닌 저 계단

 

어릴때 장난치다가 깨부쉈던 유리 문

 

마루로 올라서면

 

오른쪽에 할머니 방, 부엌, 가운데에 할아버지 방, 왼편에 삼촌 방,

 

할아버지 방 위로 내 아지트였던 다락방

 

눈 감고도 그릴 수 있는 우리 일산 집

 

이 집은 평생 우리집일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 장례식 때 이 집은 우리 집이라며

 

엉엉 울었었는데

 

어릴 때 문 앞에 붙여놓았던 스티커들

 

고무줄 걸어놓고 놀던 전봇대

 

문으로 들어가기 싫다며 넘어가던 낮은 담벼락

 

다롱이 둘리 다빈이 까미 짜리 그리고 우리 루키

 

마당에 풀어기르던 진돗개들

 

80년대였나 일산에 대홍수 났을 때 피한다고 달려가던 뒷편 언덕


그네도 달아서 타고 산딸기도 따러 갔었는데

 

 

논밭이었던 길이 30년동안 천지개벽을 했다

 

이젠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니야

 

여기에 올 일도 없을거야

 

30년을 그렇게 지냈는데

 

여긴 우리 집인데.

 

오늘밤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