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답변도 끝났고,
이젠 출판만 남아 나름 한가한 시기.
처음 중국에 온 게 2006년이었는데,
6년만에 청화에서 맞는 마지막 겨울.
그때는 내게 청화가 어떤 의미가 될지 상상조차 못 했었다.
밤 새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게 가라앉았다.
내가 언제 또 눈 온 청화를 마주할까 싶어,
좀 위허해도 자전거를 꺼내 나가기로 했다.
목적 없이 가는 길이라지만 생각 없이 자전거를 타다 보면
내가 가는 방향은 늘 똑같다.
명제 앞을 지나 청화원 방향으로 가서
백년이 넘은 청화학당의 옛 건물 앞을 지난다.
거기서 중관촌으로 가기도 하고 북경대로 가기도 하는데
일단 항상 타다 보면 방향은 그쪽이 된다.
인문사회과학연구원이 있는 명제 건물로 가는 길.
인문사회과학대학 센터가 있는 곳.
교수님들의 개인 연구실이 있는 곳.
수업은 늘 다른 건물에서 하니 이쪽 길로 간다는 건
레포트를 제출하거나 논문을 검사받는다는 의미이므로
갈 때는 늘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했고
돌아올 때는 기분이 좋거나 아님
혼자 펑펑 울면서 오기도 했던 길이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결국 여기 ㅋㅋㅋㅋ
교내 천체관측대 ㅋㅋㅋㅋ
짜리 죽고 나서부터 밤에 여기 자주 왔었다.
지금은 말도 못 할 만큼 춥지만
진짜 갈 데도 오지게 없었나보다
결국 왔다 하면 또 여기네.
발길 닿는 대로 가봤더니 또 여기임.
밤이 되기 전에 천체관측대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온다고 해도 이 위까지는 잘 올라오지 않는다.
청화에 내 비밀 장소가 있다고 하면 여기였다.
이쪽은 나무가 울창히 우거진 것도 좋고
은근 옛날 풍인 이쪽 건물들도 좋았다.
천체관측대에도 눈이 쌓였다.
오간 사람도 나 하나밖에 없구나.
내가 이렇게 청화를 떠나는구나.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걸어본 게 참 오랜만이라
졸업하면 학교 떠나는 건 당연한 건데
난 내가 청화를 떠날 것이란 사실은 상상도 못했나보다
여기서 맞는 마지막 겨을
그렇게 힘들었고 눈물 쪽 뺐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난 청화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눈사람 실패.
이거 뭉쳐지는 눈이 아니네.
웬 미친 애가 천체관측대에서 혼자 눈 가지고 놀고 있는데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누가 보면 미친X인줄 알았겠지만
학교에서 남은 시간 한 달
그 뒤에 난 또 어디로 가게 될까
2010년 8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내 20대의 마지막을 여기서 보냈다.
공북 목전에 치일 땐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눈 내린 학교가 이렇게 예쁜지도 몰랐네.
수업 갈 때 눈 내리면 춥다고 불평했었는데.
좋건 싫건 결국 여기 졸업장을 가지고 사회로 간다.
이제 내가 청화대 석사임은 빼도박도 못한다.
애증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애정만 남아버린
내 청화대학교.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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