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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 시절

청화에 함박눈 오던 날. 20121212

석사 답변도 끝났고,

 

이젠 출판만 남아 나름 한가한 시기.

 

처음 중국에 온 게 2006년이었는데,

 

6년만에 청화에서 맞는 마지막 겨울.

 

그때는 내게 청화가 어떤 의미가 될지 상상조차 못 했었다.

 

밤 새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게 가라앉았다.

 

내가 언제 또 눈 온 청화를 마주할까 싶어,

 

좀 위허해도 자전거를 꺼내 나가기로 했다.

 

 

목적 없이 가는 길이라지만 생각 없이 자전거를 타다 보면

 

내가 가는 방향은 늘 똑같다.

 

명제 앞을 지나 청화원 방향으로 가서

 

백년이 넘은 청화학당의 옛 건물 앞을 지난다.

 

거기서 중관촌으로 가기도 하고 북경대로 가기도 하는데

 

일단 항상 타다 보면 방향은 그쪽이 된다.

 

 

 

인문사회과학연구원이 있는 명제 건물로 가는 길.


인문사회과학대학 센터가 있는 곳.


교수님들의 개인 연구실이 있는 곳.

 

수업은 늘 다른 건물에서 하니 이쪽 길로 간다는 건

 

레포트를 제출하거나 논문을 검사받는다는 의미이므로

 

갈 때는 늘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했고

 

돌아올 때는 기분이 좋거나 아님

 

혼자 펑펑 울면서 오기도 했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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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착한 곳은 결국 여기 ㅋㅋㅋㅋ

 

교내 천체관측대 ㅋㅋㅋㅋ

 

짜리 죽고 나서부터 밤에 여기 자주 왔었다.

 

지금은 말도 못 할 만큼 춥지만

 

진짜 갈 데도 오지게 없었나보다

 

결국 왔다 하면 또 여기네.

 

발길 닿는 대로 가봤더니 또 여기임.

 

 

밤이 되기 전에 천체관측대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온다고 해도 이 위까지는 잘 올라오지 않는다.

 

청화에 내 비밀 장소가 있다고 하면 여기였다.

 

이쪽은 나무가 울창히 우거진 것도 좋고

 

은근 옛날 풍인 이쪽 건물들도 좋았다.

 

천체관측대에도 눈이 쌓였다.

 

 

 

오간 사람도 나 하나밖에 없구나.

 

내가 이렇게 청화를 떠나는구나.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걸어본 게 참 오랜만이라

 

졸업하면 학교 떠나는 건 당연한 건데

 

난 내가 청화를 떠날 것이란 사실은 상상도 못했나보다

 

여기서 맞는 마지막 겨을

 

그렇게 힘들었고 눈물 쪽 뺐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난 청화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눈사람 실패.

 

이거 뭉쳐지는 눈이 아니네.

 

웬 미친 애가 천체관측대에서 혼자 눈 가지고 놀고 있는데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누가 보면 미친X인줄 알았겠지만

 

학교에서 남은 시간 한 달

 

그 뒤에 난 또 어디로 가게 될까

 

 

2010년 8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내 20대의 마지막을 여기서 보냈다.

 

공북 목전에 치일 땐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눈 내린 학교가 이렇게 예쁜지도 몰랐네.

 

수업 갈 때 눈 내리면 춥다고 불평했었는데.

 

 

좋건 싫건 결국 여기 졸업장을 가지고 사회로 간다.

 

이제 내가 청화대 석사임은 빼도박도 못한다.

 

애증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애정만 남아버린

 

내 청화대학교.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