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렝게티 사파리의 마지막 날
사실 비슷비슷한 동물들을 계속 보면 질릴 수 있는데
그래서 보통 여정을 아루샤에서 시작하면
세렝게티 - 응고롱고로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화산이 분화하면서 생성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자연유산
응고롱고로 분지는 외부와 단절된 환경이라
못보던 동물들을 추가적으로 볼 수 있고(코뿔소라던지)
400만년 전 인간의 흔적이 발견된 올두바이 협곡이 있다
응고롱고로 고원으로 가는 길
마사이족 마을을 마주쳤다
정말 전기도 수도도 없이 자연 그대로 사는 환경
들어올때 본 마을은 관광지 같았는데
여긴 진짜 실제 마사이족이 사는 마을이다
100가구도 넘는다 꽤 큰 거주지인데
이런 데서 태어나 사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저 멀리 옆집까지 걸어가서 문 두드리는 생활
난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마사이족들의 생활소득은 대부분 목축업에서 나온다
대부분 염소나 당나귀였던 것 같고
저 새끼 당나귀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하지만 대형 목장도 아닌 이런 초보적인 수준의 목축업이
얼마나 소득이 될지는 감도 안 잡힘
그리고 대부분의 목동은 어린 남자 아이들인데
저 나이대의 아이들은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최근 NGO들이 학교를 운영하러 들어오고는 있지만
아직도 여기서는 배움의 기회가 한참 부족하다
내리면 모가지 잘릴줄 알고 차에만 앉아 있었는데
피터가 내려줄까?? 라고 묻는거임
동시에 다 같이 그래도 돼???? 를 외침
Why not? 이라는 질문이 되돌아오고 차를 세움
꺄아아아아아아
아무도 없는 광활한 초원에 우리만 있고
공기는 맑고 발 밑에는 이슬 머금은 풀밭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에는 소치는 목동과 마사이족 마을이 보이고
그래봐야 한 10분 정도지만
정말 미친년들처럼 초원을 뛰어다녔다
세렝게티에서 가장 마음에 든 곳은 이 초원임
사방팔방 질주하는 우리를 보고 피터는 뒤에서
너무 멀리는 가지마!! 라고 소리지름
이제 응고롱고로 분지로 내려갑니다
제 뒤에 있는 저 호수가 응고로고로 칼데라
내려가면 또 화장실도 없기 때문에
아니 그냥 인간의 흔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화장실 담배 선크림 기타등등
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해결봐야 합니다
응고롱고로 분지를 대강이라도 설명해놓은 지도
중국의 ODA로 설치되었다는 표시가 있음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천혜의 환경 안에
호수, 계곡, 초원이 몰려 있어서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고
아주 오래 전 유인원 수준의 인간도 여기서 살았었다
자연의 장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음
분지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4륜구동 지프차들
어차피 일반 차량은 여기 들어오면 두 시간도 못 돼서 퍼질거다
이 길을 지나서 일렬로 분지 안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우리 내려올 때 중간에 사고 난 차량 있었음
여기서도 또 한 1시간 가까이 기다림
다행히도 이번엔 문서 오류는 안 남
이 분지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밀려온다
사파리 4륜구동 지프는 내릴 수 없는 대신
저렇게 차 지붕이 열립니다
칼데라 호수 근처로 다가가자
놀이공원에서나 보던 홍학 부리가 물 위로 펼쳐져 있음
늘 가둬놓은 홍학만 보다가
호수 위로 날아가는 핑크빛 홍학 무리를 보니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
자연에서 보는 날아가는 홍학은 정말 너무너무 예쁘다
어떻게 이 자연에서 저런 색깔이 나왔지
그리고 누가 봐도, 사육사들도 인정한 부분이
동물원에 있는 애들보다는 여기서 이렇게 사는 애들이
훨씬, 몇 배 더 건강하다
(대신 인간은 죽어나요....)
품바 안녕???
내 세대는 모두 아는 바로 그 캐릭터
아프리카 흑멧돼지
티몬과 품바가 같이 있는 장면을 보고 싶었는데
역시 영화는 영화일뿐
하지만 품바 만난걸로도 반가워
참고로 새끼 품바는 엄청 귀엽습니다
얘도 이름 있는데 아무도 그 명칭으로 부르지 않음
넌 그냥 품바임
누워계시는 정글의 왕
12월 - 1월이 8월에 태어난 3-4개월령 새끼사자들이
사냥 훈련을 위해 밖으로 나오는 시기라고 들어서
엄청 기대했는데 아기사자는 이번엔 못 봄
하지만 성체 사자는 여러번 봄
사자들은 기본이 야행성이라 낮에 사파리 중에는
대부분 이렇게 늘어져 있고
밤에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주치지 않는게 좋을 것 같긴 합니다
보통 목숨은 하나거든요
혼자 남은 점박이 하이에나
하이에나를 봤다는 두근거림도 잠시
무리생활을 하는 하이에나가 이렇게 혼자 떨어져 나와
털도 푸석거리고 기운도 없어 보이는데
역시나 혼자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늙은 개체였다
부디 네 마지막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응고롱고로 분지 내에서도 함부로 내릴 수 없고
점심 먹을 수 있는 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모여든 지프차들
점심은 보통 묵었던 숙소에서 도시락을 싸 준다
그 도시락은 플라스틱 불가, 종이와 천으로 이루어져 있고
테이블은 갔을 때는 이미 만원
천으로 만들어진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먹음
메뉴는 대부분 볶음국수, 치킨, 음료수, 과일 정도다
이샛키 내 밥 노리고 있음
인간이 음식을 주는 건 금지지만
동물이 인간의 음식을 채가는 건 금지 아님
생각보다 존나 큼 개 큼
앉아서 밥먹으면 내 앉은키보다 큼
그리고 하늘에는 매가 수 마리
내 손에 든 닭다리 두 번 채가려고 함
놀라서 두 번 떨어뜨리고
두 번 다 주워먹음
탄자니아 생활 일주일차면 땅에 떨어진 닭다리정도는
놀라지 않고 주워먹을 수 있습니다
신기한게 국수나 음료수는 안 건드리고
귀신같이 닭다리만 노림
아프리카 야생칠면조
얘도 우리가 흘린 음식 노리는 중
안돼 내가 먹는 건 간이 돼 있어서
결국에는 먹을 걸 노리는 새들과 사투를 벌이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입에 음식을 밀어넣고 나옴
인간이 졌다 ㅠㅠㅠㅠ
2박 3일 짧은 사파리는 세렝게티-응고롱고로를 지나서
다시 아루샤로 돌아오는 루트로 끝납니다
오 포장도로 너 너무너무 반갑다!!!
하지만 그 길에서 또 마주친 바분원숭이
자연이 점점 좁아지면서 인간이 사는 곳까지 밀려 내려왔다
도로는 위험한데 인간이 미아내ㅠㅠㅠ
아루샤까지는 포장도로를 타도 또 3시간
이정도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걸리는 시간인데
변화무쌍한 날씨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저 무지개 밑으로 우리가 지나감
피터와 동시에 어??? 레인보우!! 라고 소리지름
예상하지 못한 세렝게티의 마지막 피날레
아루샤로 도착할 때쯤에는 해가 져 감
사파리 투어 자체는 정말 너무너무 즐거웠지만
체력적으로도 개빡셌다;;;
온몸에 범벅이 된 흙먼지는 물론이고
승차감 불편한 지프차에 오프로드
그런데도 돌아서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
탄자니아의 황혼은 언제나 아름답고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제일 왼쪽 끝이 우리 운전사 피터
25살밖에 안된 젊은 운전사였는데
영어는 좀 서툴어도 늘 노력하고 친절했고
헤어질때 몹시 아쉬웠다
근데 사진을 찍어 달라고 직원에게 맡겼더니
자기 손가락도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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