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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여행들

2024 연말연시 탄자니아 패키지 다섯째날 _ 세렝게티 사파리

세렝게티 한가운데서 눈을 뜨다

 

그냥 떠나기가 너무 아쉬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숙소

요기가 제 방입니다

 

뽑기에 잘 걸려서 혼자서 저 독채를 혼자 썼습니다

 

보면 일부는 돌로 되어 있고

 

일부 창문 등은 천으로 된 텐트 형식이다

 

낮에는 마사이족을 부르지 않고도 혼자 나갈 수 있음

 

 

밤에 봤던 욕실을 낮에 보면 이런 모습

 

밖으로 초원이 다 보이고

 

이 날 아침에 밖으로 임팔라랑 기린이 지나갔다

 

혼자 발코니에서 차 마시며 앉아있는데

 

저 멀리 기린이 지나가는 그 풍광은 잊지 못할듯

 

하지만 물을 켜니 찬물 + 욕조가 안 깨끗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목욕은 일단 포기하고

 

야외샤워장으로 갑니다

 

욕실 옆에 문이 하나 더 있길래 뭐지 했더니

 

밖에서 경치 보며 샤워할 수 있는 야외 샤워장이었음

 

이거 한 번 해보고 싶었음

 

당연히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구조로 되어 있고

 

기린이나 임팔라는 나 봤겠지만 뭐

 

근데 ㅋㅋㅋ 여기도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혼자 다니는 여행객의 로망은 사라지고

 

추워서 빛의 속도로 몸만 씻고 들어옴 ㅋㅋㅋ

 

또 다시 사파리를 시작합니다

 

잠깐 카센터에 들렸을 때의 상황

 

사실 이 허허벌판에 카센터가 있는 것도 웃겼는데

 

문제가 생긴 게 뭐냐면

 

4륜 구동 지프차는 연료통이 두 개임 앞에 하나 뒤에 하나

 

어제 분명 뭔가 딱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나긴 했는데

 

그냥 지프 바닥에 돌 튀는 소리였겠지 하고 넘어갔음

 

알고 보니 돌에 뒤에 있는 연료통이 터져서

 

연료가 바닥으로 다 새 버린거임

 

한참 후에야 뒤에 오던 지프 운전사가 그 광경을 알려줌

 

우리 운전사는 일행 중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나에게

 

또 이 사실을 알려줌

 

나는 뒷 좌석 사람들에게 이걸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지

 

아니면 가만있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짐

 

이 지프차가 바로 그 지프차

 

너도 2박3일동안 진짜 고생 많았다

 

어찌어찌 롯지까지 가긴 했고 아무것도 없는 세렝게티 특성 상

 

보통 롯지에는 간단한 수리도구들이 있다고 했는데

 

운전사 얼굴 보아하니 해결이 안된 거 같은거임

 

일단 앞에 있는 연료통 하나로 세렝게티 빠져나갈 만큼은 버틴다 하니

 

정해진 일정 그대로, 조금만 천천히 소화해보기로 함

 

기린 안녕?

 

이제는 기린도 차 앞으로 가까이 옴

 

기린, 임팔라, 아프리카 물소는

 

진짜 대관령 양떼목장 수준임

 

숙소 조금만 벗어나면 볼 수 있음

 

길을 돌아돌아 하마 연못에 도착

 

거의 100마리 가까운 하마가 사는 이 곳

 

패키지 일행 중 사육사 커플이 있었는데

 

그 중 아내분 쪽이 또 담당이 하마였어서

 

자세히 설명해주심

 

하마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다 물에서 자고 있음

 

그리고 실제로 보면 엄청 큼

 

사람이 다가갈 수 있는 최대한도로 다가가서 한 장

 

저 밀짚모자는 결국 버리고 왔습니다

 

하마는 한 마리 숫놈이 암놈과 새끼를 거느리기 때문에

 

새로운 새끼가 태어날 경우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어

 

죽일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미 하마는 혼자 새끼를 낳은 뒤 무리로 데려오는데

 

가운데 청소년 하마들을 어른들이 감싸서 보호하고

 

밤에는 풀을 먹으로 육지로 나온다

 

.....니네가 덩치로 1티어 레벨인데 누구한테서 보호해??

 

그리고 바로 코앞에서 본 원숭이 무리

 

애기원숭이 너무 이뻐서 뭐라도 주고 싶은게 본능인데

 

절대로!! 절대로 아무것도 주면 안된다

 

물 한모금도 주면 안된다

 

이 자연을 지키는 순리이자 규정이다

 

인간의 간섭은 최소화한다

 

올 내 새해 선물은 너니까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꼭 대장 원숭이가 되거라

 

얼굴 태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선패치

 

사파리 안에서 손님은 차에서 내릴 수 없음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하면 운전사가 내려서 주워주거나

 

뒤따라오는 차의 운전사가 내려서 주워준다

 

손님이 내리면 운전사는 세렝게티 통행증과

 

경우에 따라 사파리 지프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우리 운전사 정말 친절했는데 그렇게 만들 수 없다

 

화장실 벽에 붙어 있던 도마뱀

 

너 색깔이 왜 그래?

 

그리고 화장실이라고 물이 무조건 잘 나오는 것도 아님

 

어느덧 흔하게 보이는 기린 얼룩말에게

 

좀 질려가서 지루해지려는 찰나

 

 

문제가 없으면 여행이 아니지

 

이번엔 우리 세렝게티 통행증에 문제가 생겼다

 

분명 여행사에서는 돈을 보냈다고 했는데

 

네트워크 문제인지 뭔지 사무소에서는 뜨지 않는다고 하면서

 

2시간 가까이 잡혀있던 거다

 

그래 잡혀있는건 좋다 이건데

 

인간의 흔적이 없는 이 세렝게티 평원 한가운데에서

 

손타지 않은 야생동물 사이에서 해가 져버렸다

 

우리 차는 하나만 남은 연료통과 깨진 연료통을 달고

 

비포장도로를 70-80이 넘는 속도로 밟기 시작했다

 

(세렝게티 규정속도는 50이다)

 

온몸이 다 아프지만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

 

이 안에 남는 것보단 차라리 그게 나았다

 

차가 구르지는 않을까 문득 겁이 나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겁먹을까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하지만 또 그 덕에 보게 된 절경

 

The Great Migration, 동물 대이동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되기 전 초식동물들은 물을 찾아 이동하고

 

육식동물들도 그 뒤를 따른다

 

얼룩말, 물소, 임팔라, 가젤을 다 합해서 약 200만 마리의 짐승들이

 

같은 시기에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세렝게티에서는 12월 - 1월 사이에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람이 뜸해진 저녁 무렵에 도로를 건너려 나오는

 

대이동에 참여하는 누+얼룩말 떼와 마주쳤다

 

평생 다시는 보지 못할 광경

 

라이온킹에 나오는 장면처럼 수천마리의 누 떼가

 

내 눈앞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가는데

 

옆에 운전사도 같이 사진찍고 있음

 

클락션을 울릴수도 없고 사고를 낼 수도 없으니

 

얘들이 적당히 끊어지기까지 사람이 기다려야 한다

 

천둥 같은 발굽 소리를 내며 내 앞으로 달려가는 누 떼는

 

어디서도 다시 보지 못할 장관이었다

 

 

 

우리는 해가 다 지고 나서도 1시간을 넘게 더 달려

 

간신히 롯지에 도착했고 롯지 직원들은 우리 차 상태와 스토리를 듣고

 

'너희가 무사히 도착한 건 기적' 이라고 했다.

 

사실 난 이때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몰랐고

 

세렝게티 한 가운데에서 별이 너무 잘 보여서

 

지프차 뚜껑을 열고 혼자 신나있었다

 

운전사 피터가 별자리를 읽을 줄 아냐는 질문에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오리온 세 개만 구분할 수 있다고 했고

 

그 중 가장 밝은 별이 Polaris 라고 대화를 나누었다

 

피터가 폴라리스는 무얼 의미하냐, 행운을 의미하냐고 하길래

 

Wisdom, 지혜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