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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살리기

카트만두 다섯째날 - 박타푸르, 짱구나라연

 

오늘은 10시 쯤에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더 누워있고 싶었는데

 

또 침대가 흔들흔들흔들....아오ㅠ0ㅠ

 

일어나라는 신의 뜻으로 알고 그냥 일어남.

 

확실히 낮에 오는 여진은 그렇게 공포스럽지 않다.

 

카트만두에는 3개 고대도시가 있다.(카트만두/파탄/박타푸르)

 

피해가 많다고 전해들었던 박타푸르를 방문하는 날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기겁을 했다.

 

산등성이로 무너진 집들이 유령처럼 비친다.

 

유구한 역사와 섬세한 건축을 자랑하던 박타푸르가

 

예전 모습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주저앉았다.

 

신께서 어찌 이 땅에 이러실 수가 있나.

 

 

토기 공예를 자랑하던 박타푸르에서

 

토기나 각종 도자기 조각품들을 굽던 화로이다

 

이것도 폭삭 주저앉았다

 

2011년에 여기서 도기들을 구경하고 흙으로 빚은 풍경을 샀었다

 

사람들이 어떻게든 깨지지 않은 도자기나마 건지려고 발버둥을 친 흔적들이 보인다

 

눈물이 날 것 같다.

 

박타푸르 지역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던

 

독일 NGO 팀 NADIZ 캠프와 마주침

 

역시 선진국은 다르긴 다르다

 

깨끗하게 정리된 텐트촌에 발전기 정수기

 

모기장까지 쌀만 가지고 러쉬하던 한국 NGO들과는 차이가 크다

 

4주간 여기서 캠프를 차렸던 이들도 이번주 토요일 돌아간다.

 

아직 박타푸르는 복구 시작도 못했는데.

 

박타푸르에서 10km정도 더 떨어진 산골마을 짱구나라연으로 이동.

 

지진 전에는 정말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속 마을이고

 

중앙의 사원과 몇 군데 게스트하우스 때문에

 

간간이 여행자들이 찾았지만.

 

우기가 돼서 올라오는 길에 산사태가 나면

 

한시간에 한 번 있는 버스마저 끊기고 말 것이다.

 

역시 여기도 남아나는게 없다.

 

카트만두에서 1시간정도 외곽일 뿐인데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다.

 

중앙의 사원은 군부대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고

 

여기 사람들은 NGO는 구경도 못 했다며 웃는다.

 

나오는 길에야 천막이 들어오고 있는데 그 많은 지원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신께서 진짜 이럴 수는 없는거다.

 

진짜 여기 사람들 속도 좋지

 

나같으면 이 상황에 외국인 보면 잡고 울 것 같은데

 

웃으면서 넌 어디서 왔어- 니네 동네쪽은 어때-

 

여기서 내가 울어버리면 안 될 것 같더라.

 

대형 덤프는 꿈도 못 꾸고

 

1톤 트럭도 마을 입구 주차장밖에 못 오고

 

그럼 마을 꼭대기까지는 사람이 벽돌을 지고 날라야 한다.

 

모든게 산산조각난 마을에서는 벽돌마저 돈이다.

 

부서진 집에서 어떻게든 벽돌 한 장이라도 온전하게 건지려

 

어린애들도 자기 키만한 삽을 들고 있다.

 

머리가 흰 할머니가 옆구리에 벽돌 몇 장을 끼고 위로 올라간다.

 

 지진 전에 왔더라면 난 분명 짱구나라연을 좋아했겠지

 

여기 며칠 묵고 싶어했을 것이고

 

하지만 언제쯤 여기가 과거의 모습을 찾을지는 알 수 없다.

 

썩어가는 쓰레기와 다친 동물들 사이에 파리가 들끓지만

 

사람 목숨도 급한 상황에 동물까지 챙겨줄 수는 없다.

 

다시 박타푸르로 돌아와서

 

예전에 혼자 올라갔던 탑에 오르는데

 

지원 나온 인도 군인과 마주쳤다

 

인도와 중국은 이번 지진을 기회로 네팔에서의 외교력을 획득하려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지원 전쟁을 벌였다.

 

저 사원에서 무서워 못 내려간다며 옆사람 잡고 쇼하던게 엊그제같은데.

 

돌아오는 길에 헤나 걸어놓은 집에 들렀더니

 

파는 게 아니라 그리기도 한다고 해서 그럼 그려달라고 했다.

 

500루피..하숙집 아줌마 알면 난리날 가격이지만

 

지진 이후 내가 첫 손님이란다.

 

한달을 넘게 공친거다.

 

하기사 누가 이 상황에 팔자 좋게 박타푸르 와서 헤나를 그리고 있겠니.

 

호구 된 거 알지만 그냥 개시해준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시내로 돌아오는데 또 2시간이 걸렸다.

 

더위를 먹은건지 머리가 깨질거 같다.

 

3일만에 드디어 샤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