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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살리기

카트만두 여섯째날 - 덕친칼리, 아람하우스

 

외국인들은 별로 없지만

 

내국인들에게는 퍼슈퍼띠나트만큼 의미있는 사원인

 

카트만두 남부의 덕친칼리 사원을 방문하기로 함.

 

시외로 나가자, 지진의 흔적이 분명하게 보인다.

 

전통적 가옥들은 처참하게 날아갔다.

 

그나마 철근이 들어간 신식 건물들은 살아남았다.

 

예전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가난한 사람인데,

 

재난마저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아픈건가...

 

사원에 들어가는 입구의 상점들은 개점휴업이거나

 

전부 떠났다. 큰일이다.

 

현금이 돌아야 복구를 하든 뭘 하든 할텐데

 

지금 네팔은 돈이 메말랐다.

 

이 사람들은 복구될 때까지 어찌 사나.

 

나무가 우거졌기 때문인지

 

사원은 놀랄만큼 멀쩡하다.

 

주차장 쪽에 크랙이 가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시내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칼리가 지켜주셨다.

 

(덕친칼리는 남쪽의 칼리 사원이라는 의미이다.)

 

사람들이 지진 때 엉망이 된 사원을 청소하고 있다.

 

방문자는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이들에게는 사원이 먼저다.

 

도와주고 싶지만,

 

힌두교도가 아닌 사람에게 힌두 사원은 폐쇄적이다.

 

 

원래 덕친칼리 사원으로 가는 길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쌀 등을 공양받곤 했으나

 

손님이 끊어졌으니 이들은 생으로 배를 곯아야 한다.

 

원래 직접적으로 현금을 주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지만

 

적선이 아니라 공양이라 생각하고 잔돈을 건넨다.

 

심지어는 사지가 절단된 걸인도 있다.

 

 

의외로 훼손된 부분이 없어서 오전 일과가 일찍 끝났다.

 

시내로 점심 먹으러 내려오는데

 

26km 이동하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

 

길이 지진으로 엉망이 돼서 속도가 안 난다.

 

차 안에서도 방진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한국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게스트하우스 '아람하우스'.

 

장기 비자를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하므로

 

작년 12월에 오픈을 했던 건데 4월에 바로 지진을 맞았다.

 

50이 넘으신 수녀님 세 분이서 어떻게

 

남부와 북부 고아원 그리고 카트만두의 게스트하우스까지

 

모두 관리를 한단 말인가.

 

 

지진으로 건물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수도관이 파손되고 벽에 건 액자들이 떨어져 내려

 

급하게 모든 가구를 눕혀놓고

 

자잘하게 부서진 화이트보드나 스탠드형 재떨이 등은 다 다시 사야 한다.

 

이 더운 날씨에 수녀님들이 이걸 전부 할 수는 없으니

 

누가 이걸 하나. 젊은 나랑 오빠가 해야지

 

 

 

이왕 하는 거 간판 디자인도 새로 해 드리고

 

떨어져나간 안내문도 새로 쓰는 김에 영어 번역해서 같이 써드리기로 했다.

 

여기 와서 번역 작업이라니...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라도 힘이 될 수 있음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