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는 아침 먹을 식당도 변변히 없고
난 빌라를 잡은 관계로 당연히 숙소에도 식당이 없고
부엌은 있으니까 마트 가서 음식을 사다 해먹기로
어제 시내 우체국 옆에 마트가 있는 걸 봤음
그 건물에 H&M이랑 스타벅스 있더라
내 기준에 이런거 있으면 그냥 살만한 도시인거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
우리 숙소에서 시내로 가려면 육교를 통해
이 기찻길을 건너가야 한다
보시다시피 4층이 제일 높은 건물이에요
이 기차 아니면 시오포크에서는
부다페스트로 갈 방법이 아예 없나 나도 이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갈거고
마트에서 간식으로 사온 곰돌이 젤리
이땐 저 곰돌이가 어떤 비극을 일으킬지 알지 못했지
그리고 저 벨리소? 는 요플레인줄 알고 샀는데
요플레가 아니었다.
우유로 밥 해서 캬라멜 뿌린 타락죽 느낌?
방콕에서 먹은 파인애플 찹쌀밥에 우유 섞은 느낌?
아 뭐라해야 하지 이건 정말 헝가리에밖에 없는건데
여튼 맛있었음 저거 다시 먹고싶다 달달하니
우리나라도 이제 파란색 콜라 들어온다는데
궁금해서 사 본 파란색 환타 시트론 맛
......방향제맛......
니네 먹을거갖고 장난치지 말라고 진짜
식빵도 샀으므로 호숫가로 갑니다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 시오포크에서 비까지 오니
진짜 사람 하나도 안 보인다 ㅋㅋㅋㅋ
나이스 이 호수 다 내꺼야
이 친구들 먹이를 줍니다
누가 딱히 관리하는거 같지도 않고
먹이주면 안된다는 말은 없고
사람 많을때야 이 친구들도 인기 만점이겠지만
사람이 없으면 그냥 굶어......백조가 원래 야생에서는 뭐 먹고 살죠?
부슬비때문에 물이 인도 바로 밑까지 올라왔고
나랑 비슷한 처지의 갈 곳 없는 두 분 ㅋㅋㅋ
어제 자전거 안 빌리길 잘 했지
연무가 뿌옇게 낀 발레톤 호수
물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말고는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호숫가 옆 카페로 갑니다
악 너무 귀여워서 사진 안 찍을수가 없었어
카페에 들어와서 주인이랑 앉아있던 강아지
아 내 심장 ㅠㅠ
그리고 커피랑 케익 주문했는데
아 또 이 동양인 차별
커피숍 직원들 얼굴에서 알게 모르게 그 표정이 또 지나갔다
단 거 먹고 기분 풀면서 엽서를 씁시다
저 우표 헝가리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우표
그리고 저 땅콩카라멜 케이크
달지만 진짜 맛있었음
살찌는 맛임 칼로리가 넘쳐남 그렇지만 먹겠다
내가 아이스크림 하나 내맘대로 못먹었는데 이정도는 먹어도 되는거 아뇨
숙소로 돌아오는 길
둘도 없이 발랄한 옆 집 강아지
이렇게 창살 밖으로 나를 쳐다보며 무언가 말하고 있다
예쁘다를 해줬으나 더 해달라고 계속 쳐다본다 ㅋㅋㅋㅋ
너 니 주인한테 가 인마
비는 계속 오고 콘도급의 숙소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편지쓰고 책 좀 보고 영화보고 깜빡 잠에 들었다가
아까 사온 햄에 계란으로 혼자 방에서 저녁 대충 먹고
해가 진 발레톤 호수를 다시 보러 나갔다
위험하지 않아요 그냥 사람이 아예 없으니까
봐요 아무도 없지
정말 개미 한마리 없다 ㅋㅋㅋㅋ
가로등도 어둑어둑하고 ㅋㅋㅋㅋ
나 진짜 이 호수 전세낸듯 ㅋㅋㅋㅋ
플래시를 켜 보아도 달라지지 않아요
심지어 부슬비가 소나기 수준으로 굵어져서
이거 갔다오는데 긴 바지 다 젖었음
진짜 아~무도 없다 아무도
이 호숫가에 인간이라곤 나 하나밖에 없다
이 동네 사람들 그럼 도대체 밤에 뭐 하지?
아직 잠에 들지 않은 백조 한 마리가
뭐라도 얻어먹을게 있나 나랑 눈이 마주쳤다
그런거 없어 도로 가서 자
넌 왜 친구들하고 같이 안 자고 돌아다녀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근처의 작은 공원
비가 오더라도 여기서 사진 잘 찍으면 작품이겠는데
날씨는 비록 궂었지만 난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
물론 여름에 왔으면 훨씬 재미있었겠지만
또 노래 흥얼흥얼대며 혼자 숙소로 돌아간다
이렇게 나 혼자 있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니 사실 너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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