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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6주 여행

찰츠부르크 셋째날 - 호엔 찰츠부르크 성, 비엔나로 이동, 벨베데르 궁전

3월 말인데 폭설이 내렸다

 

아침에 눈 뜨니 창 밖으로 이런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올해 한국에서도 이런 눈은 본 적이 없는거 같은데

 

정말 폭설이 쏟아지고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난 오늘 비엔나로 옮겨가야 하는데

 

이 광경을 보니까 차마 발이 안 떨어진다

 

그냥 좀 늦게 가기로 하고 원래는 반 포기 상태였던

 

호엔 찰츠부르크 성까지 이 숙소에서는 걸어갈 수 있댄다

 

편도 45분 정도 걸린다니 우산들고 슬슬 걸어가면 갈 수 있겠지

 

 

 

 

보통 호엔성까지 가려면 찰츠부르크 시내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난 이미 며칠동안 엘리베이터 비용으로 모노레일 요금을 날린데다가

 

이런 풍경을 보며 걸어갈 수 있는데 굳이?

 

찍는 족족 그림인데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뭐여 편도 45분이라더니 왕복 45분이잖아

 

그런 집에는 누가 사는걸까

 

생각보다 성이 가까워서 더 아쉬워진다

 

신발 다 젖어서 발이 시렵기는 하지만 조금 더 걷고 싶은데

 

그 흔한 차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정말 고요한 눈 오는 숲 속의 나 혼자 산책이다

 

서울에선 이런 기회를 가졌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안 나

 

 

 

저기 보이는 것이 호엔 찰츠부르크 성입니다

 

내가 8시 반쯤 도착했는데 9시에나 문을 여는 관계로

 

앞에서 눈을 쫄딱 맞으며 기다릴까 그냥 여기서 돌아갈까 고민중

 

누가 이 배경에서 사진 좀 찍어줬으면 좋겠는데

 

아니 그냥 사람이 없어요 ㅋㅋㅋ

 

 

 

 

이 문이 호엔 찰츠부르크 성으로 들어가는 문

 

사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내리니까

 

이 문은 직원 출퇴근 차량용 문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성까지 최대한 가까이 가보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저쪽에는 사진 찍어 줄 사람이 있을지

 

와 근데 사람 하나도 없는 눈 펑펑 오는 산 속에서

 

이런 오래된 성을 마주하고 있자니 나 그냥 중세에 들어온 것 같아

 

 

 

 

올라가는 모노레일과 호엔 찰츠부르크 성

 

모노레일은 이미 작동을 시작했으나 사람이 없다

 

돈 아끼는 것도 있지만 굳이 이 광경을 두고

 

아닌가 모노레일 탔으면 더 기가 막힌 광경을 봤으려나

 

경치가 너무 좋아서 진짜 추운 것도 하나도 몰랐다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길

 

개를 끌고 산책하는 아저씨를 만남

 

사진 찍어달라고 함

 

유럽의 부러운 점 이렇게 큰 개가 이런 날씨에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다정하게 사진찍고 싶었는데

 

난생 처음 본 사람에게 전혀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는 너란 녀석

 

 

 

숙소로 다시 들어와서 따뜻한 차 한잔 하면서

 

짐 빼고 비엔나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점심은 몰라요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

 

혹시나 싶어 직원에게 "눈이 이렇게 오는데 기차 연착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었더니

 

"무슨 소리! 이건 평범한거야! 여긴 오스트리아야! 사방이 산이라구!"

 

라는 엄청 열정적인 대답이 돌아옴.

 

 

 

 

밖으로 나가기 직전 비글모드 돌입

 

눈이 펑펑 쏟아져요

 

이 눈길을 12키로짜리 배낭을 메고 다 낡아빠진 운동화를 신고

 

산 밑으로 걸어 내려가야 하지만 난 그런건 모르겠고

 

와 경치도 죽이고 눈도 죽여요

 

 

 

아침부터 온갖 난리를 피우고 찰츠부르크 역 도착

 

이제 비엔나로 가는 기차를 탑니다

 

비엔나까지는 4시간 거리

 

1시 정도에 출발했으니 비엔나에서 저녁 먹을 수 있겠지

 

 

 

내가 어느 기차를 탈 지 전광판 보고 찾아가면 되는데

 

기차에서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을 겪었다

 

강조했듯 내 유레일패스는 퍼스트클래스 이용 가능 티켓이었는데

 

1등석에 탔더니 유색인종이 나 하나밖에 없던 것이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그 업수이 보는 표정들

 

이 기분 절대 잊지 못할거다

 

대놓고 오리엔탈이라 놀렸던 미국과는 다르게

 

그 가슴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차별, 경멸, 깔보는 눈빛

 

차라리 시비를 걸면 대판 싸움이라도 하겠는데 그러지는 못하면서

 

진짜 드럽고 치사한 기분

 

내가 앞으로 여행 끝날 때까지 악착같이 일등석 탄다

 

 

 

비엔나 숙소 도착.

 

.....관인데....?

 

무인 호스텔이래서 그럴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뭐 알바냐 이게 더 편할수도 있지 아무도 신경 안 써도 되니

 

저 문 닫으면 이 관은 제껍니다

 

목만 펴고 누울 수 있으면 됐지 안에 램프랑 콘센트도 다 있고

 

 

 

오후 5시쯤 도착했으니 시간이 아까워 발길을 옮긴 곳

 

호스텔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유일한 곳

 

벨베데르 궁전

 

여름 바로크 양식의 궁전 정원이 아름답고...

 

사실 난 이런거 하나도 모르고...

 

 

 

한국인 아버님이 지나가시길래 부탁해서 찍은 사진

 

비엔나까지는 그래도 한국인 관광객을 종종 마주쳤다

 

애는 여전히 상태가 메롱이구나

 

벨베데르 궁전은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여기를 오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멋들어지는 프레스코화 작품들

 

내가 겪은 오스트리아와 다른 국가의 차이점이라면

 

중세에 자신들의 문화가 찬란했던 그 시기를 보존해놓고

 

그 자부심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합스부르크 왕조는 이미 멸망했지만

 

이 작품들은 500년이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기 온 사람들의 공통된 목적

 

클림트의 키스

 

진품이다

 

그림에 물감 뿐 아니라 금속 재료를 처음 쓴 화가

 

그리고 그 화가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미술에 완전 문외한인 나도 이건 봐야겠다

 

 

 

 

명작 앞에서는 나조차 위축된다

 

금속 재료가 많이 들어간 탓에 손상이 물감 작품들보다 적어

 

이 작품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실제로 벨베데르 궁전 안의 다른 작품들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교과서에서 사진으로나 보던 작품이 지금 내 눈앞에

 

그 세월을 뛰어넘어 진품으로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점자 그림을 만들어서

 

시각장애인도 그림을 즐길 수 있게 배치해놓았다

 

 

 

 

그리고 오늘 저녁 라면 ㅠㅠ

 

라면 진짜 먹고싶었어ㅠㅠ

 

아 진짜 소금소태 유럽음식 ㅠㅠ 난 나도 짜게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호스텔에 부엌이 있는 것이 신의 한수였다

 

이렇게 비엔나에서의 첫날밤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