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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5주 여행

바간 넷째날 - 미얀마 전통의상, 불레디 파고다, 담양마지 파토

 

일단 어제 밤에 써 둔 엽서를 보내러 우체국으로.

 

조카가 나중에 커서 세계 각국에서 자기에게 온 엽서를 보면

 

뭔가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전화나 통신이 덜 발달된 미얀마에서는 우편이 보편적이라

 

2주 정도 걸리지만 웬만해서는 다 한국으로 제대로 옴(우표는 무조건 5백짯)

 

 

 

일단 마음먹었던 전통의상 사진을 찍으러 갔다.

 

미술 아뜰리에 옆에 사진관이 있던걸 봤기 때문에.

 

근데 정말 사진관만 있다. 화장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고 옷이랑 사진관만.

 

화장품도 없고 얼굴도 엉망인데 사진이 잘 나올 리가 없잖아 ㅠㅠ

 

효과를 왕창 넣으니까 그래도 뭔가 좀 그럴싸해 보이기는 하네.

 

여행 중에는 꼭 그 나라 전통의상을 사거나 입어본다.

 

이것도 내 습관 중 하나다.

 

치앙마이에서 본 사원에서 하면 안되는 일 경고판.

 

라오스, 미얀마 등 어지간한 불교 국가에서 대부분 통용된다.

 

담양마지 파토에 도착.

 

조용히, 금연, 큰소리로 웃으면 안되고, 신발은 벗으시고 어깨는 가리시구요.

 

아무데나 기 올라가지 마시고 소지품 주의하시고 큰 소리로 웃지도 마세요.

 

무엇보다도 '발끝'이 부처님을 향하게 앉아 있으면 안됩니다.

 

치앙마이에서 이거 깜빡했다가 관리인에게 한 소리 들었다.

 

복원이 진행중인 담양마지 파토.

 

아주머니 거기서 떨어지면 진짜 다쳐요ㅠㅠ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복원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복원 기술 수준은 기대 이하이다.

 

차라리 복원을 하지 말자는 말이 나올 정도.

 

 

내부에 그려져 있는 오래된 벽화들.

 

언제 다시 채색되었는지도 모르는 그림들.

 

대부분 부처님의 생애를 그려놓고 있다.

 

이것도 곧 복원할 거라고 말은 한다만은

 

얼굴이 지워진 사람들 그림은 좀 무섭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 날 정말 오싹하게 했던 불레디 파고다에 도착.

 

룸메에게 쉐산도에서 실망했단 얘기를 했더니 여기를 추천했었는데.

 

난 깜빡 잊고 있었지. 내가 계단을 무서워한다는 걸.

 

그것도 보통이 아니라 얼어버릴 만큼 무서워 한다는 걸.

 

 

새...됐....다............

 

올라갈때는 이 악물고 올라가서 큰 문제가 없었는데

 

난간도 없고 손잡이도 없고 각도는 거의 직각에 가깝고.

 

운동화를 신어도 어려울 가파른 계단인데 맨발이어야 함에는 예외가 없다.

 

그래 일몰은 정말 여기가 좋다.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다.

 

일몰을 보고 내려오려는 순간 난 얼어붙고 말았다.

 

 

벽 잡고 울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아래에 있던 미얀마인은 어두워지면 더 못 내려온다며,

 

그 위에서 잘거 아니면 내려오라고 소리를 지르고(나도 내려가고 싶다고!!)

 

옆에 지나가던 미국인 부부가 Do you need help?라더니

 

아내분은 내 가방이랑 모자를 받아서 내려다주고

 

남편이 내 손을 꼭 잡고 날 데리고 내려옴.

 

밑에 보지 말고 내 눈만 보라며. 아 이분들 어깨에 날개 없었나.

 

진짜 그 분들 아니었으면 난 그 위에서 밤 샜을거임.

 

그리고 들어오는 길에 찍은 어두워지는 바간.

 

룸메가 날 데리러 왔다가 새파랗게 질린 날 발견하고.

 

밑에서 바지 파는 여자애가 자기 집에 놀러 오랬는데

 

산산조각난 멘탈로는 뭘 할 수가 없어서 미안하다고 립스틱 하나 주고

 

시내로 들어와서 딱 하나 있는 일식집에서 우동 사먹었다.

 

찬 음식 먹었다간 백퍼 체할 것 같은 기분이었어.

 

룸메가 딱 하루만 더 있겠다고 하길래

 

그럼 나도 하루만 더 있다가 모레 아침 만달레이로 가기로.

 

바간은 묘하게 사람을 잡는 매력이 있다. 열흘 내내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