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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심심해서 다이어리를 털어보았다

 요새 세상에 다이어리 매일 손으로 쓰는 사람이 어디 있냐지만

난 아직까지는 아날로그한 펜이랑 공책이 좋다.

 

한동안 예쁜 노트만 보이면 엄청 사 모았었는데

 

오늘은 심심하니 책상 밑에 있던 다이어리 박스를 꺼내서 털어보았다.

 

내 다이어리 사랑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보통 다이어리는 위클리를 주로 쓰는데

 

그냥 지나가다 예뻐서 혹은 해외에서 사 온 노트들

 

윗줄 왼쪽 첫째 노트는 라오스에서 바로가 사던거 나도 사옴.

 

그 옆에 녹색 노트는 네팔에서 사온 코끼리 응아 종이 노트.

 

그 옆에 두권은 미국에서 어디 학용품 파는데 갔더니 이쁘길래 사옴.

 

검은색 노트는 예전에 스피드 011 행사에서 사은품으로 받아온 노트.

 

스피드 011이라니 도대체 몇 년 전이냐;;;

 

 

 

백지라서 어디쓸지 용도가 불분명하지만

 

예쁘니까 일단 갖고 있는다.

 

학교를 졸업한 후 필기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졌지만

 

그래도ㅠㅠ 애착이 강해서 누구 주기도 그렇다.

 

 

 

노트 안쪽에 있는 010 번호통합 설명.

 

핸드폰번호 010으로 통합된지가 어언 10년인데

 

이렇게 괜찮은 노트 사은품으로 뿌렸으면

 

당시 마케팅 비용이 어마어마 했을듯

 

그래봐야 결론은 번호이동

 

 

 

예전에는 일기장으로 깨작깨작 썼을텐데

 

다이어리가 많아서 그것도 안 쓰게 된다

 

나중에 해외가거나 하면 필기용으로 쓰...

 

(리라 기대하지만 아직은 모른다)

 

 

 

정리하다가 나도 놀란 중 2때부터 썼던 다이어리.

 

제일 윗줄 오른쪽 끝이 지금 쓰고 있는 스타벅스 2016 다이어리 민트컬러.

 

내가 올해 한국나이로 32살이니 17년동안 쓴게 된다.

 

그래서 18권. 아 추억돋아

 

도대체 뭔 내용을 썼는지 살펴보니

 

 

 

응답하라 1997 ㅋㅋㅋㅋㅋㅋ

 

그때만 해도 다이어리를 사면 뒤에 다이어리 신고식이라고

 

친구들이 한마디씩 써서 주고는 했다

 

여자끼리는 누가 예쁘게 꾸미는지 경쟁도 붙고

 

사실 매일 교실에서 보니 할 말은 없지만 ㅋㅋㅋㅋ

 

요새 애들은 이런거 안 하겠지?

 

 

 

모의고사 점수 써놨다 꺅

 

그래 그때는 이게 중요한 나이였지

 

생각해보니 다이어리 속지에 주소록 없어진지도 꽤 됨

 

전국 석차는 도대체 어디서 알려주는겨

 

진짜 저런 성적 이제 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이것때문에 울고 웃고 애들 죽어나가고

 

지금은 저게 어떻게 읽는건지도 모르겠다

 

요새도 애들 전국 석차로 줄세우는 미련한 짓 하려나

 

 

 

개미알 글씨의 시초.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대력 고3? 대 1때쯤 다이어리 같은데

 

누구나 보면 경악하는 내 깨알 글씨 난독성 제로

 

이 습관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음

 

노래가사도 아직까지 써놓음

 

대학교 2학년때 다이어리

 

처음으로 일러스트 다이어리란 걸 사봄

 

친구들의 찬사를 받음

 

스티커 사진과 사진 인화 서비스의 등장으로

 

드디어는 사진도 붙기 시작함

 

 

2006년 중국 어학연수 다이어리

 

열어봤다가 빵터졌다

 

입학식때 받았던 지도에 그때 잘 시켜먹던 배달식당 메뉴에

 

내가 갔던 공연 티켓에 지방 갔던 버스표에 아주 ㅋㅋㅋ

 

아 이걸 하나도 안 버리고 여기 박아놨네

 

 

2009년 상하이 어학연수->8월 귀국하던 때 다이어리

 

응 나 이때 쌍커풀 수술했어

 

등록헌혈 회원증과 국제 학생증이 보인다

 

시집가기 전의 안나와 찍은 스티커 사진도 보인다

 

 

2012년 본격 다이어리로 성경만들기

 

지하철 안에서 지나가던 아주머니들이 보고

 

보여???? 안보여 를 외쳤던

 

바로 그 다이어리

 

2012 베이징 폭우때 홀딱 젖은거

 

중간중간에 노트 끼우로 발로 밟아서 간신히 복원시킴

 

 

 

군데군데 물에 젖은 흔적들

 

여기 붙어있는 사진들은 컬러프린터로 인쇄한 다음에

 

그 위에 투명 박스테이프 붙인거임

 

나 진짜 많이 돌아다니긴 했구나

 

모로코 갔던게 2007년이니 세상에나 내년되면 10년이네

 

 

내 다이어리의 앞면을 항상 장식하는

 

류시화 시인의 '여행자를 위한 서시'

 

내 스스로가 여행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전설같은 시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올해 이거 쓰고싶어서 준비해둔 다이어리 날로 버리고

 

커피 17잔 겁나 마셔서 쟁취해 낸

 

스타벅스 다이어리 민트 컬러

 

가지고 다니기 딱 좋은 사이즈

 

중간중간에 스타벅스 광고가 있다

 

쿠폰도 있긴 한데 할인율이 그렇게 높지 않음

 

 

그리고 앞으로 써 나갈 새 다이어리

 

어림잡아 15년동안 다이어리를 안 사도 크게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계속 산다는 거죠. 네 그렇죠.

 

평생 쓰면 언젠가는 쓰겠죠 뭐.

 

아랫줄 오른쪽 끝 루이비통 다이어리랑 둘째줄 왼쪽 끝 버버리 다이어리는

 

중국 가짜시장에서 겟해옴. 짝퉁임.

 

진짜도 다이어리가 나오는지 안나오는지는 모르겠음.

 

 

 

난 위클리 쓰는데 내부가 이렇게 생겨서ㅠㅠ

 

속지는 갈아 끼워야 함.

 

요새 소 6 다이어리 속지 파는데가 있기는 할랑가.

 

껍데기는 버버리인데 따는 순간 메이드인 차이나가 됨.

 

둘 중 하나는 스프링도 떨어져 나가서

 

납땜으로 ㅋㅋㅋ 붙임 ㅋㅋㅋㅋ

 

하 언젠가는 쓰겠지

 

귀욤귀욤한 우리 고양이들 ㅋ

 

진짜 추억이 돋긴 돋는다

 

난 오늘도 가방에 펜이랑 다이어리를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