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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5주 여행

양곤 셋째날 - 보족 아웅산 시장, 링크에이지, 시외 야간버스

 

일단 우체국에 가서 한국으로 편지를 부치면서 시작.

 

내 오랜 습관 중 하나다. 여행 가서는 꼭 한국으로 엽서나 편지를 부친다.

 

난 그냥 쓰면 되지만 받은 사람은 보면 기분이 새롭지 않을까.

 

특히 요즘처럼 손편지가 고사되고 있는 시점에서야.

 

 

 

술레 파고다 근처의 점집을 지난다.

 

댁이 영어만 하셨어도 내가 댁한테서 점을 보겠소만...

 

미얀마에서는 점이 상당히 보편적이다.

 

군사정부 독재자였던 탄 슈웨가 정적인 아웅산 수지를 없애기 위해

 

그녀의 약점이 뭔지 점쟁이한테 물어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수시로 보이는 씹는 담배 '렉펙 토욱'

 

씹어 본 사람은 비누 맛이라고 하던데

 

저 빨간 가루에서 향이 우러나와서 껌처럼 씹는다.

 

이빨 빨갛게 만들어서 차마 해볼 엄두가 안 났음.

 

이것도 결국엔 일종의 담배인데 미얀마에서는 열살짜리 어린애도 이걸 즐긴다.

 

 

 

시장 도착. 눈썹 어디갔니.

 

영국 식민시절 물류 이동의 중심이었다는 이 시장은

 

지금은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이나 의상을 파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구경만해야지....라고 마음을 먹기는 개뿔 미얀마 전통 치마랑 블라우스 샀음.

 

괜찮아 그 옷 잘 입고 다녔어 난 만족해 이건 충동구매가 아니야.

 

그 옷 사진은 내일 인레에서.

 

 

 

이런거 사고 싶었지만 비싸겠지ㅠㅠ? 옷도 무겁겠지ㅠㅠ?

 

미얀마는 아직까지 서구형 의류가 크게 보급되지 않아서

 

남자고 여자고 허리에 한 바퀴 둘러 입는 "론지"를 주로 입고 다닌다.

 

하의는 론지 입고 위에는 와이셔츠 입고 서류가방 든 샐러리맨도 흔하다.

 

 

시장 구석에서 주스 마시면서 아주머니들과 노가리.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

 

오렌지주스 먹지 말고 저 검은 물이 미얀마 차인데 저걸 먹어라.

 

밥은 먹었냐. 이 국수도 먹어봐라. 등등등.

 

여행의 경이로움 중 하나는 생판 모르는 사람과 전혀 다른 언어로도 대화가 된다는 거다.

 

사실 배가 고프긴 했는데 찍어둔 식당이 있어서 그리로 이동.

 

 

 

그 식당이 어디냐면 바로 여기 링크에이지(Link Age)

 

여행자들의 성서 론니플래닛에서 강추하는 NGO 운영 식당.

 

가난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실내에 전시해 놓고 직원은 전부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여기서 일해서 모은 돈으로 아이들은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지며

 

예술가들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

 

 

 

난 여전히 내 쌩얼에 당당하다.

 

건너편 중국인 부부가 찍어준 사진.

 

벽에 걸려 있는 것들이 가난한 미얀마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식민 시절까지만 해도 미얀마의 전통 미술은

 

각 부족들의 특성과 종교적인 색체를 더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었는데

 

(실제로 양곤 시내 미술관 투어가 아직도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예술을 군사독재 정부가 탄압하면서 50년만에 씨가 말랐다.

 

 

 

그리고 양곤에서 먹은 것 중(아니 미얀마에서 먹은 것 중) 최고였던 링크에이지의 요리.

 

야채 한 쪽 안 남기고 그릇 싹 다 비우고 나왔음.

 

물론 싼건 아니었다. 저 생선요리+밥+콜라 해서 8천짯($8)

 

그래 이 퀄리티를 한국에서 먹으려면 2-3만원 줘야 하지만 미얀마에서 먹은 가장 비싼 요리였는데

 

닥치고 진짜 맛있었다 와우.

 

옆에 앉은 독일 할머니랑 이 식당 훌륭하다면서 연달아 그레이트를 외치며

 

둘이 같이 배에 그지 들은 양 먹고 나왔음.

 

누군가 양곤에 갈 거라면 링크에이지는 진짜 강추.

 

내가 낸 밥값은 어차피 결손가정 아이들의 교육에 돌아가므로 그렇게 손해보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버스터미널로.

 

순환열차를 이용하려 했으나 제시간에 못 도착한대서

 

미친 양곤의 러시아워를 뚫고 택시타고 세이프.

 

풍경 사진이 얼마 없는 이유는 난 모든 카메라를 포기하고 핸드폰만 가져갔는데

 

핸드폰이 없어지면 그 안의 신용카드와 사진과 연락처를 다 잃어버리므로

 

길에서 함부로 사진기를 꺼낼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지. 미얀마에서는 외국인 대상 범죄가 거의 없다는 걸.

 

돈을 떨어뜨려도 사람들이 주워서 돌려준다는 걸.(요샌 좀 변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순박하기도 하거니와 남의 것은 탐을 내면 안된다는 불교의 가르침도 있고

 

무엇보다도 독재정권에서의 외국인 대상 범죄는 처벌이 매우 엄격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이분들을 만났다.

 

핀란드에서 온 네드, 타이완에서 온 소정이, 상하이에서 온 미야오와 성이.

 

아직도 위챗으로 연락하고 있는 좋은 친구들이다.

 

여행의 장점 중 하나는 역시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것에 있다.

 

마지막으로

 

 

휴게소에서 저녁으로 먹은 렌즈콩 볶음밥(2천짯)

 

오늘 점심은 기름기 잘잘 흐르는 링크에이지의 레스토랑 요리였는데ㅠㅠ

 

역시 언제나 변화무쌍한 백팩커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