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 전날부터 이상하게 비가 많이 왔던 거 같다.
학교 들어오는 길에 물이 고여 자전거 미끄러질까봐 간신히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날 알바가 있어서 지춘루까지 갔어야 했는데,
어떻게 갈까 하다가 비가 오니까 그냥 자전거는 세워두고 버스타고 나가기로 했다.
그날 한 선택 중 이게 제일 잘 한 선택이었다.
알바 하러 출발할 때에는 물이 요정도 고여 있었다.
많이 오기는 했지만, 그냥 슬리퍼 신고 다니면 다닐만한 정도?
자전거는 좀 힘들지만 차나 오토바이는 그래도 다닐만한 정도?
난 왜 비가 곧 멎을거라 생각했던 걸까;
그리고 번역 알바하러 가서 겁나 타이핑을 쳐 주고,
3시간 알바하고 한국돈 3만 6천원(중국돈으로 200위안 받았었나...) 받고
지춘루에서 오도구역으로 와서 지하철을 내리는 순간
내 눈앞에는 이런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베이징 생활 6년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저 앞에 버스를 탔어야 했는데 얘가 물 때문에 문을 못 열고 그냥 갔다.
그리고 그 버스는 영영 다시 오지 않았다.
저 오토바이 배기관에 물 들어가서 섰다.
중국 애들 앞에서 사진찍고 난리가 났다 자기들끼리.
우와 도로 한복판에서 막 파도가 친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멍때리고 있는데 뒤에 있던 가게 직원이
비 피해 가라고 날 불렀다.
가게로 들어가면서 문턱에 걸려 자빠지는 바람에 옷이 다 젖었다.
30분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난 멘붕이 오고 배는 고프고
어차피 집에 가서 밥 하기 귀찮을 거 같아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 생각 나만 한 게 아니었구나.
2층에 있는 햄버거집 LUSH는 비 피하러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
와이파이는 이미 안 터지고 전화도 잘 안 터지고
우영이한테 데리러 오라고 할라다가
금마가 오도구 사거리로 들어오는 것 조차 쉽지 않을 거 같아 포기했다.
햄버거 먹고 멍 때리도록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고.
창밖으로는 호수가 돼 버린 사거리에 버스가 헤엄치고 있다.
결국 다 포기하고 저 물을 헤치고 걸어 들어왔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자전거 타고 20분 거리를
버스 기다리고 어쩌고 저쩌고 3시간 걸려서 집에 오니 밤 9시.
입었던 옷은 그대로 허물벗듯이 벗어서 화장실에서 싹 빨았다.
그래도 서양 애들은 좋다고 자기들끼리 맥주마시고 쇼를 하더라.
나중에 뉴스 보니까 베이징에서만 36명이 사망하고 100억 위안의 피해를 낸
역사상 최악의 홍수였다 카더라.
난 겁내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있었던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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