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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6주 여행

시오포크 둘째날 - 시오포크 마트, 발레톤 호수

이 동네는 아침 먹을 식당도 변변히 없고


난 빌라를 잡은 관계로 당연히 숙소에도 식당이 없고


부엌은 있으니까 마트 가서 음식을 사다 해먹기로


어제 시내 우체국 옆에 마트가 있는 걸 봤음


그 건물에 H&M이랑 스타벅스 있더라


내 기준에 이런거 있으면 그냥 살만한 도시인거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


우리 숙소에서 시내로 가려면 육교를 통해


이 기찻길을 건너가야 한다


보시다시피 4층이 제일 높은 건물이에요


이 기차 아니면 시오포크에서는


부다페스트로 갈 방법이 아예 없나 나도 이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갈거고



마트에서 간식으로 사온 곰돌이 젤리


이땐 저 곰돌이가 어떤 비극을 일으킬지 알지 못했지


그리고 저 벨리소? 는 요플레인줄 알고 샀는데


요플레가 아니었다.


우유로 밥 해서 캬라멜 뿌린 타락죽 느낌?


방콕에서 먹은 파인애플 찹쌀밥에 우유 섞은 느낌?


아 뭐라해야 하지 이건 정말 헝가리에밖에 없는건데


여튼 맛있었음 저거 다시 먹고싶다 달달하니



우리나라도 이제 파란색 콜라 들어온다는데


궁금해서 사 본 파란색 환타 시트론 맛


......방향제맛......


니네 먹을거갖고 장난치지 말라고 진짜



식빵도 샀으므로 호숫가로 갑니다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 시오포크에서 비까지 오니


진짜 사람 하나도 안 보인다 ㅋㅋㅋㅋ


나이스 이 호수 다 내꺼야


이 친구들 먹이를 줍니다


누가 딱히 관리하는거 같지도 않고


먹이주면 안된다는 말은 없고


사람 많을때야 이 친구들도 인기 만점이겠지만


사람이 없으면 그냥 굶어......백조가 원래 야생에서는 뭐 먹고 살죠?



부슬비때문에 물이 인도 바로 밑까지 올라왔고


나랑 비슷한 처지의 갈 곳 없는 두 분 ㅋㅋㅋ


어제 자전거 안 빌리길 잘 했지


연무가 뿌옇게 낀 발레톤 호수


물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말고는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호숫가 옆 카페로 갑니다


악 너무 귀여워서 사진 안 찍을수가 없었어


카페에 들어와서 주인이랑 앉아있던 강아지


아 내 심장 ㅠㅠ


그리고 커피랑 케익 주문했는데


아 또 이 동양인 차별


커피숍 직원들 얼굴에서 알게 모르게 그 표정이 또 지나갔다



단 거 먹고 기분 풀면서 엽서를 씁시다


저 우표 헝가리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우표


그리고 저 땅콩카라멜 케이크


달지만 진짜 맛있었음


살찌는 맛임 칼로리가 넘쳐남 그렇지만 먹겠다


내가 아이스크림 하나 내맘대로 못먹었는데 이정도는 먹어도 되는거 아뇨



숙소로 돌아오는 길


둘도 없이 발랄한 옆 집 강아지


이렇게 창살 밖으로 나를 쳐다보며 무언가 말하고 있다


예쁘다를 해줬으나 더 해달라고 계속 쳐다본다 ㅋㅋㅋㅋ


너 니 주인한테 가 인마



비는 계속 오고 콘도급의 숙소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편지쓰고 책 좀 보고 영화보고 깜빡 잠에 들었다가


아까 사온 햄에 계란으로 혼자 방에서 저녁 대충 먹고


해가 진 발레톤 호수를 다시 보러 나갔다


위험하지 않아요 그냥 사람이 아예 없으니까



봐요 아무도 없지


정말 개미 한마리 없다 ㅋㅋㅋㅋ


가로등도 어둑어둑하고 ㅋㅋㅋㅋ


나 진짜 이 호수 전세낸듯 ㅋㅋㅋㅋ


플래시를 켜 보아도 달라지지 않아요


심지어 부슬비가 소나기 수준으로 굵어져서


이거 갔다오는데 긴 바지 다 젖었음


진짜 아~무도 없다 아무도


이 호숫가에 인간이라곤 나 하나밖에 없다


이 동네 사람들 그럼 도대체 밤에 뭐 하지?



아직 잠에 들지 않은 백조 한 마리가


뭐라도 얻어먹을게 있나 나랑 눈이 마주쳤다


그런거 없어 도로 가서 자


넌 왜 친구들하고 같이 안 자고 돌아다녀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근처의 작은 공원


비가 오더라도 여기서 사진 잘 찍으면 작품이겠는데


날씨는 비록 궂었지만 난 이 동네가 마음에 들어


물론 여름에 왔으면 훨씬 재미있었겠지만


또 노래 흥얼흥얼대며 혼자 숙소로 돌아간다


이렇게 나 혼자 있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니 사실 너무 좋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