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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광화문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그 3개월간의 기록

내가 촛불집회 개근상은 아니었지만


나름 꽤 자주 갔다고 자부하는 중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가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


그 역사의 현장에 내가 있었고,


나를 포함한 우리가 역사를 바꾸었다.


11월 5일, 11월 12일, 11월 26일, 12월 3일,


12월 31일, 3월 9일, 3월 10일



11월 5일 처음 만났던 말못해 죽은 귀신이 붙은 정청래 의원


지금도 참 좋아하는 분


이 날 광화문의 아이돌이었음


나 너무 좋아한다


2차 촛불집회


광화문에서 시작해서 명동까지 한바퀴 돌아 옴


추산 참가인원 약 20만명


대한문 앞에서 한 장


이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커질줄 몰랐다


그저 분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지


우리가 뭔가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지는 않았었다


사실 이때 미안하다고만 했어도


판세는 얼마든지 역전되었을 거였다.


11월 12일 제 3차 촛불집회


청소년 연합의 참여가 확 불어난 시점


온갖 종류의 깃발이 등장하고


아이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해지던 시기


추산 참가 인원 100만명


분노한 농민들의 상여와


그 뒤를 따르는 금속노조 노조원들.


금속노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적이 되는 일이 없게 하자


이 아저씨들 개무서움. 개쎔. 완전무서움.


언제 보아도 눈물나는 세월호 유가족들.


3월 26일 지금은 배가 뭍으로 올라온 상태지만.


난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불평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이 3년이라니.


국민의 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사진찍어주던 아저씨가 들고 찍으라며 주셨음 ㅎㅎ


시위라고 하면 아직도 서로 치고박고 피나고 화염병 날라다니고 이럴 줄 알았는데


조용하고 평화롭게도 우리는 원하는 바를 이를 수 있다


이번 시위로 그것 하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가 할 수 있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11월 26일. 추산 참가 인원 190만명.


이 추운 겨울날 이 사람들이 광화문에 나와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는 건


원하는 것이 똑같기 때문이다.


단결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내는 조용한 힘은 정말 무섭다.



화제몰이를 했던 하야하소


도대체 얘를 어떻게 광화문 한복판에까지


어느 누구 눈에도 띄지 않고 끌고 왔을지


아직도 미스테리



나는 찬바람 쐬면 이마가 식어서


한겨울에는 두통이 자주 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 안 하고


매번 나를 시중들어주고 여기 오고자 휴가까지 썼던


우리 남친님 감사합니다.


그래서 탄핵되었다.


소녀상.


여성인권, 식민사관,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가장 큰 상징.


박근혜 정부가 비선실세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왔을 텐데


외교, 경제, 내치, 역사 중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세월호 깃발.


진짜 여기는 울지 않고는 못 지나가겠어.


세월호에는 아직도 사람이 있습니다.



광화문 예술인들이 만들어놓은 조각상.


그리고 자유롭게 사진찍고, 노래하고, 춤추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평화로운 방법으로 항의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틀렸다.


최소한 우리는 대통령이라도 잘못한다면


평화롭게, 우리 손으로, 합법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걸 배웠다


3월 9일, 헌법재판소 앞.


보수단체의 시위와 차벽으로 막혀서


양쪽에서 누구 목소리가 더 큰가 싸우고 있음.


사람이 많이 줄어들어서 동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 불안함.


그날 밤, 어느 날보다도 고용한


광화문 광장의 블랙리스트 예술인 텐트촌.


이 추운 겨울에 여기에 텐트를 치고


예술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 자리.


마지막, 3월 10일,


일하다가 확인한 뉴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만장일치.


우리가 이겼구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금요일 밤, 광화문 한가운데에 세워진


세월호의 귀환과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비는 희망촛불.


널 만나서 엄청 감격스럽지만,


다시는 광장에서 널 보지 않기를 빌어.


희망촛불을 켜지 않아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념사진 한장정도는 찍어도 괜찮잖아?


남대문에서 KFC 치킨 시켜먹고 올라옴


전국민 칰힌 파티


마지막 사진.


대한민국 역사에 이렇게 존경받는 지도자가 또 나올까.


요새도 이 사진 보면 눈물남.


우리 대통령님.


우리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