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끔, 마음의 위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을거야

 

언젠가는 내가 이렇게 글을 남기는 걸 당신은 기다리고 있었을까

 

십년 전에 당신이 내게 했던 말인데

 

십년 뒤에 이렇게 답장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마 당신도 몰랐을거야. 우리가 그렇게 마주할 줄은

 

언젠간 이걸 볼까,

 

내 소식이 궁금하면 여기 오겠다고 했었으니

 

평생에 한 번 정도는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이래도 되는걸까

 

사실 난 지금도 너무 무서워

 

당신을 또 잃을까봐, 그리고 당신을 다시 보게 될까봐

 

 

 

한참을 생각했어 무슨얘기를 해야 할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수십번을 되뇌었었어

 

그런데 그 자리가 일분이라도 더 길어지길 바라는 나를 보면서

 

결국 내가 내야 할 결론은 하나더라

 

이제는 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얘기들로,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로

 

십년 넘게 지나버린 원망을 풀며 남은 정이라도 뗄까 했는데

 

미안, 내가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가 없었어

 

묻고싶은 것도 정말 많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살았냐고 묻고 싶었는데

 

혹시라도 내가 그 핑계로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봐

 

전화번호라도 묻게 될까봐

 

행복한 당신 옆에 나라는 흔적조차도 남으면 안되니

 

내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내린 답은 그랬어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것

 

 

그 이후로 정말 많이 울었어

 

이젠 내가 떠올릴 때마다 아프니

 

어떻게든 잊어보려고 애는 쓰고 있지만

 

가끔 물밀듯이 밀려와 숨이 막혀버릴 때면

 

너무 보고싶어서 견딜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면

 

난 앞으로도 많이 울 것 같아

 

겁나, 이렇게 말하는 내 자신이 과연 옳은걸까

 

이게 그나마 가까워진 당신을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

 

그때 말했지 내가 달처럼 다가오면 한 발짝 멀어진다고

 

실오라기같은 기대라도 잡고있는 날 더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

 

그래도, 그렇게 마주친걸 후회하진 않아

 

아니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

 

날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줘서 고마워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그때의 우리는 서로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는 걸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내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우리 둘 다 서로를 놓아버렸다는걸

 

시간을 되돌려도 달라질 건 없다는 걸

 

난 또 그렇게 당신을 떠날거고

 

당신은 또 그렇게 날 혼자 두겠지

 

당신은 알고 있었을까.

 

십년 전에 병원 한 번  같이 가주지 못한 당신에게

 

약으로만 버티던 내가 원망 한 마디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바쁘고 어려운 당신을 이해하고 싶었거든

 

그땐 내가 할 수 있는게 그것뿐이었으니

 

십년 넘게 응어리져버린 그 혼자였던 시간들을

 

 

 

어차피 후회할거면 저지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믿어왔는데

 

이번만큼은 아니야

 

당신이 나로 인해 더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지금의 당신은 잃을 게 너무 많아

 

중국에 갈 때 알았어야 하는 사실을 난 너무 늦게 알았어

 

하나를 갖기로 했으면 뭔가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걸

 

우리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가는거지

 

그날 그 뒷모습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글쎄. 우리가 서로 다시 마주하는 날이 올까.

 

상상도 못했던 그 우연이 과연 행운일까 불행일까

 

지하철 탈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는 내 맘을 과연 당신은 알고 있을까

 

그렇게 밀어낸 게 과연 잘 한 일일까

 

잘했어야 해. 그래야 해.

 

 

 

진심으로, 누구보다도 행복하길 빌어

 

사실은 한 번은 더 보고싶은 게 사람 욕심이지만

 

그래도 당신은 행복해야 해

 

충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그 모든 후회는 내가 할게

 

행복한 당신이 날 잊어가도 그것도 내가 받아들일게

 

아픈 사람이 당신이 아니라 나라서 다행이야

 

이 바보같은 미련도 후회도 마지막 남은 응어리도 시간이 지나면 또 사라질테니

 

난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게

 

 

 

정말이야

 

당신 누구보다도 행복하겠다고 약속해줘.

 

그리고 꼭 나보다 오래 살아줘.

 

우연이라도 기대조차 못하고 살기는 싫으니까

 

그리고 혹시 내가 잘못되면 내 마지막은 지켜줘.

 

내가 얌전히 늙어죽을 팔자가 못된다는 건 애저녁에 알았는데

 

또 얼굴도 못 본채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떠나기는 싫어

 

수십년 후에라도 그때는 꼭 와줘

 

그리고 우리 다음 생에는

 

서로 마주치지 말고 모르게 지나가자

 

그때도 당신 옆에 있을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안녕, 다정하고 따뜻했던 내 사람

 

그렇게 못됐던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혹시라도 그날 내가 실수한 게 있다면

 

그렇게 물러서야만 했던 나를 이해해주기를

 

그리고 과거에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투정 한 번 맘껏 제대로 부리지 못했던

 

어리고 외로웠던 나를 한번만 더 눈감아주길

 

그래도 당신 마음만큼이나 작지 않았던

 

내 마음을 추억 한 켠에는 남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