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 쿠알라름푸르 국제공항, 집으로
일어나자 말라카 숙소에서 바로 쿠알라름푸르로.
12시까지 체크아웃 하고 짐 맡겨야 한다.
물론 주인장 아주머니한테는 좀 늦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거기까지 달려와서 샤워도 하고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간신히 게스트하우스 세이프.
일단 짐을 2층 숙소에 올려다 놓고,
버릴 물건은 이제 마지막으로 다 버리기.
다시 쿠알라 페트로나스 타워로.
마지막 남은 링깃 얼마 안 되지만 쇼핑에 들이부음.
꼴랑 하루지만 외국인 할인카드도 만들고
그때 사온 신발 한국까지 이고 와서 여태 잘 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돈 들고 와야겠네.
여기 악세사리 완전 내 스타일.
여기야 다민족 국가니 머리에 꽃을 꽃고 다녀도 신경 안 쓰지만
한국에서는 이런거 못 하겠지 ㅋㅋㅋㅋ
담에 한번 쇼핑만 하러 와서 바닷가로 놀러 가야지.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달려가서
맡긴 짐 찾고 그 안에서 새 옷이랑 수건 꺼내서
샤워 성공.
샤워하고 가뿐하게 한국 가려고 내가 여태 짐을 안 뺀거.
그리고 고속버스 타고 공항으로.
5주간의 여행이 이렇게 끝났다.
한달이 넘게 내 두 다리만 믿고 돌아다녔다.
마지막 목적지인 쿠알라름푸르 국제공항.
한동안 한국인을 만날 일이 없었는데
인천으로 가는 에어아시아가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 한국인이다.
배낭여행을 다시 할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내가 했구나.
해냈구나.
흔들렸지만 마지막으로 한 컷.
한국은 아직 봄이라서 쌀쌀할텐데.
도착하면 금요일인데 토요일이 세은이 결혼식이라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조용하게 귀국.
구석에 널부러진 배낭 여행자와 히피들.
좋은 자세다;
나 이제 저러면 허리 아픈데;
자기 배낭보다 더 큰 보드가 저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 알려준다.
쟤들이 보기엔 나나 쟤들이나 니캉내캉 똑같겠지.
쿠알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신 스타벅스.
미얀마에는 스타벅스따윈 없었고
그간 계속 그지 백팩커라 밥보다 비싼 커피 못 마셨으나
마지막 남은 돈 털어서 기쁨의 카페모카.
이렇게 여행을 마친 내게 축배를.
공항 안에서 마주친 요다 선생님.
처음 들어갔던 양곤 공항에는 이런거 상상도 못하지만.
옆에 붙은 은련카드 마크가 더 놀랍다.
여튼, 이젠 이렇게 집으로 간다.
물론 집까지 오는 길이 수월하다곤 안 했다.
최악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에어아시아.
가면서 줄을 몇번을 서고 체크를 몇번을 하는지.
물 한 모금도 안 주기로 유명한 에어아시아인지라
급수대 앞에는 물통에 물 채우는 사람들 줄이 가득.
이렇게 서울로 되돌아왔다.
여행이 끝났다.
평상시의 삶이 어떤건지 기억이 안 난다.
삶을 여행처럼, 여행을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