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여행들

중국 친구 결혼식 단동 대련 첫날 _ 한밤중의 압록강변

유리지아 2024. 8. 16. 14:03

한국인 남자와 결혼하는 대학 때의 중국인 친구가

 

코로아19사태로 치르지 못한 중국 결혼식을 올해 치른다 하여

 

그럼 ㅇㅇ 나도 중국 단동까지 따라가기로 했다

 

중국 비자비 102,000원으로 오른줄 몰랐음

 

이 길이 이렇게 고행길일줄도 몰랐음

 

중국으로 가는 항공기 중 남방항공을 이용하는 이유는

 

압도적으로 가격이 싸기 때문인데

 

타면 기내식 말고 이런 쇼핑백을 하나씩 줍니다

 

안에는 샌드위치와 물 요플레가 들어있어요

 

혹시 몰라서 물은 갖고 내림 요플레 먹음

 

샌드위치 안먹었는데 그냥 먹을 걸 그랬음

 

가는동안 힘들어서 죽을뻔함

 

코로나 전에는 인천 - 단동 대한항공 직항편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지금 그건 없어지고 비행기도 환승을 해야하기 때문에

 

다롄 공항에 내려서 다롄 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후

 

다롄 역에서 단동 역까지 3시간 동안 기차를 탑니다

 

지하철역 짐 검사 & 기차역 여권검사 & 짐 검사

 

이거 생각보다 너무 고행길인데?

 

다롄 - 단동 일반좌석 120위안 정도

 

이 날 택시타고 공항버스 터미널 가서

 

공항버스 타고 공항가서 비행기타고 다롄 와서

 

지하철타고 역까지 왔는데 기차를 또 타야해요

 

사실 마차랑 배 빼고 사람이 탈 수 있는건 다 탔어요

 

 

오 여기만 해도 러시아랑 접경이고 상당히 북쪽이라

 

러시아 물건들을 판다

 

연어 통조림이나 이런거 사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익히지 않은 날음식 뺏길수도 있을 것 같아서 패스

 

맥주는 러시아 맥주 말고

 

대동강맥주 캔을 사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짐

 

일행 중에 결혼식을 참석하는 할머니가 계시고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서

 

결국 점심은 기차간 안에서 만두에 다른 음식으로 대충 때움

 

어 근데 마라오리목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어

 

나 매운거 잘 못 먹는데

 

얼마만에 먹는 중국 본토 마라맛이냐

 

친구 신랑은 안 먹는다고 하는데

 

우리 둘이는 손가락 빨며 부지런히 먹음

 

창밖에 보이는 한도끝도없는 옥수수밭과

 

이제는 북경 근처에선 보기도 힘든 중국의 시골집들

 

나 6년만에 중국 돌아왔구나

 

북쪽 옥수수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단동 도착

 

단동에 도착한 사람들 눈에는

 

1호로 띄일 수 밖에 없는

 

매우 거대한 마오쩌둥 동상

 

한국 사람들에겐 신의주와 가까워서 단동이 유명하지만

 

사실 중국인들에게는 수많은 국경 근처 시골도시 중 하나다

 

결혼식 할 장소면서 제가 묵을 호텔

 

무려 호텔 이름이 압록강호텔

 

역전에서 걸어서 5분 거리

 

단동 구시가지에서는 나름 꽤 괜찮은 호텔

 

중국인들은 단동에서 배를 타고 북한으로 건너가서

 

당일치기로 구경하고 저녁에 돌아오는 코스가 유행이라고 한다

 

물론 저는 못 가요

 

이거 말로 듣기만 했는데 눈 앞에 이렇게 광고가 보이니

 

오 여기 정말 북한이랑 가깝구나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함

 

밤에 다들 쉬러 들어가고 가족들은 집으로 갔는데

 

나는 저녁 대충 먹고 이 시간이 너무 아까운거임

 

12시간 걸려 여기까지 왔으면 뭐라도 봐야지

 

호텔에서 압록강 쪽으로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는데

 

노뜬금 내눈앞에 나타난 한국물품 상점

 

웃긴게 북한 물건 한국 물건 막 섞어서 팔고 있었다 ㅋㅋㅋ

 

그리고 내가 오기 전부터 노렸던 대동강 맥주

 

ㅠㅠ 캔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는 듣긴 했는데

 

가게 다섯군데를 돌았는데 캔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ㅠㅠ

 

병으로 된 탄산음료는 비행기에 싣지 못합니다

 

기압차로 뚜껑 터져요

 

대동강맥주를 포기하고 진심 살까말까 고민했던

 

녹용혈주 Made in North Korea

 

밑으로 피가 가라앉은 게 빨갛게 보입니다

 

.....이거 먹어도 되는거 맞아....???

 

장난거리로 누구 사다줄까 하다가

 

너무 심한 장난인거 같아 그만둡니다

 

그리고 앞으로 쭈욱 걸어서 압록강단교에 도착

 

이 날은 건너편에 아무것도 안 보여서

 

뭐가 있는지도 몰랐다

 

왜냐면 북측은 전기가 거의 안 들어온.....

 

올해 중국 북쪽에 비가 많이 와서 압록강이 넘치고

 

신의주가 잠기고 난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나 있는 이틀은 비가 안 옴

 

한밤중에 다리 올라가봐야 아무것도 안 보이니

 

여긴 내일 아침 다시 와야되겠다

 

압록강변에는 관광객과 그 사람들을 상대로 한 가게들이 성황임

 

그리고 유명한 북한식당이 두 군데 있다

 

송도원과 류경식당

 

류경식당은 정통 닭육수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다고 하고

 

송도원은 소불고기 냉면이 유명하다고 한다

 

사실 여기 진짜 가보고 싶었는데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느니

 

북한 식당에 갔다가 쫓겨났다느니 흉흉한 소문이 도는 것이었다ㅠㅠ

 

결국엔 못감 나 자신없음 이거 은근 쫄림

 

사실 3일동안 한국말 단 한마디도 안함 중국어만 계속 씀

 

여자 혼자 저기 가서 냉면 먹을 깡이 도저히 없음

 

근데 정말 먹고싶긴 했음

 

난 누가 봐도 한국인이라 매우 쫄렸음

 

내가 남미 아프리카에서도 안 쫄렸는데 단동에서 쫄린다

 

강변에서 혼자 사진찍고 구경하고 놀다가

 

손금 봐주는 점쟁이 아저씨한테 잡혔어요

 

중국어 못하는 척 나 외국인이라고 반복해서 말했는데

 

20위안 뜯겼어요

 

사실 웃느라고 뭔 얘기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자꾸 빨간거(100위안, 중국 지폐단위 최고) 달라고 하길래

 

쌩까고 20위안 줬어요

 

뭐 이런것도 재미죠 뭐

 

내가 한국 길거리에서는 사주도 잘 안보는디

 

결국 냉면 포기하고 저녁은 오랜만에 로손 오뎅으로 때우고

 

들어오다가 만난 과일 행상 아주머니

 

복숭아 4개 10위안까지는 잘 샀는데

 

저 노란 열매 뭔지 내내 궁금해하다가

 

1근에 25위안이라길래 10위안어치만 일단 사봄

 

달아 엄청 달아 자연상태 과일이 이렇게 달 수 있나

 

진짜 혀끝이 얼얼하게 달더라

 

잉타오메이라고 하던데 이게 뭔지 아시는 분

 

 

제가 엄청 돌아다니는 라이프인건 인정은 하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단동에 또 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