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열이틀 - 다라하라 타워, 넉살 마트
몸 상태가 영 거시기함.
35도 땡볕에서 아침부터 강행군을 달린게 실수였던 듯.
일단 우체국에 가서 카드를 보낸 것 까지는 좋았는데.
박살이 나 버린 다라하라 타워를 보겠다고
길을 돌아간 것이 실수였다.
세계문화유산이었던 다라하라 타워는 처참히 부서져 밑동만 남았다.
지진 4월 25일 첫 지진 당시 이 타워에서만
15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미 다라하라 타워는 1931년 지진때 완파되어
한 번 재건되었던 역사가 있다.
언젠가는 또 세워지겠지,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바로 옆의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
아예 출입이 통제되었다.
2011년에 여기에 처음 왔을 때에는
많은 사람과 가이드와 관광객이 어우러져
어디에서 사진을 찍던 작품이 나오는 그런 곳이었다.
옆으로 기울어져 철거중인 건물을 지난다.
여행객들의 메카 터멜 거리에서 10분이면 닿는 곳이다.
인부들이 안전모도 없이 슬리퍼 신고 들어가서 철거중.
넉살의 한식당 '궁'에서 밥을 먹었는데
이때부터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어제 밤 내내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모기떼가 파티를 벌이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식당 테이블에 엎어져 꾸벅꾸벅 졸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잠시 마트에 들렀다.
물건들이 여진으로 떨어지는걸 막기 위해 칸마다 줄을 쳐 놓았다.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비닐봉투는 아예 제공을 하지 않는다.
알아서 쇼퍼백이나 에코백을 준비해야 한다.
이로써 오늘 모기들과의 전쟁 2차전 준비를 마쳤다.
집에 왔더니 신두팔촉으로 나가는 전기가 복구되면서
반대로 카트만두 시내에는 전압이 떨어져 전기를 쓸 수가 없다.
전기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쓰고 있으니 물 역시 쓸 수가 없다.
할 일이 없으니 앉아서 멍 때리다가
네팔에 오기 전 내 모습이 생각나 조금은 우울해진다.
아니 그냥 내가 오늘 겁나 피곤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적당히 졸업하고 적당히 회사 들어가서
적당히 살다가 적당히 결혼했으면 뭔가 좀 달라졌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