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50일 여행

아바나 둘째날 - 헤밍웨이 기념관, 말레콘, 재즈카페

유리지아 2016. 4. 7. 16:04

어제 한국인들 잘 가는 호아까나 까사에서 만난 분들과


오늘 하루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음


일정이 생겼고 숙소도 있고 돈도 있으니


맘 편하게 먹고



숙소 바로 앞이 우체국이니 편지를 부칩니다.


4월 7일날 보낸 편지 5월 17일날 한국 도착


그래 안 떠내려간 것만 해도 어디냐


아직도 보낸 엽서 중 절반 이상은 지구 어딘가를 헤메이고 있는 중



오비스코 거리에서 풍악이 울립니다.


사람들에게서 팁을 받는다고 생각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화려한데


앞으로 아바나에서 자주 마주친 광대들


정말 이건 광대 말고는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일단 세도나 광장에서 한 장


쿠바 전통 의상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사진 찍겠냐며 몰려들음


내가 쿠바를 떠난 뒤 미국 크루즈선이 처음 쿠바에 입항하던 날


이 광장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함




헤밍웨이네 집에 가는데도 일이 많았음


버스 번호를 분명 기억하고 왔는데 반대로 탄거임


다시 시내로 들어가길래 급하게 내려서


길 건너서 같은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가 아니라는거임


당황해서 3명한테 물어봤는데 3명 다 다른 곳을 알려주는 거임


무슨 버스 정류장이 거의 서울역 환승센터 수준인데 표지판이 없었음


마지막으로 경찰한테 물어봤는데 경찰도 또 다른데를 가르쳐주는 거임


같이 다니던 형님이랑 둘이 길거리에서 멘붕와서 앉아있는데


누군가 '니 하오-'라며 말을 걸었음


중국인이야? 아니다 한국인이다


근데 중국말을 하냐? 나 중국에서 유학했었다


쿠바에서 유학하고 있는 중국인 의대생이었음


벌써 여기 7년 살았다고 함 너 참 대단하다


얘는 왠지 길을 똑바로 알려줄 거 같아서 헤밍웨이네 집 어떻게 가냐고 물어봄


역시..ㅠㅠ 이 친구는 제대로 알려줌 ㅠㅠ




그래서 버스를 타러 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두 군데로 서있는거임


멋모르고 한쪽에 가서 섰더니 안 태워주는 거임


앉아있는 줄이었음 앉는사람 서는사람 줄을 따로 서는 거였음


바로 뛰어가서 서는 사람 줄에 다시 줄을 서고 버스를 탐


계속 헤밍웨이네 집 어디냐고 옆에 계신 아주머니한테 물어봄


아줌마가 한 4번 물어보니까 내 손 꼭 잡고 있다가


헤밍웨이네 집앞에서 손잡고 내려줌 ㅠ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헤밍웨이네 집 헤밍웨이 기념관


노인과 바다 쓰고 나서 받은 인세로 부지를 사고 집을 지었다고 함


입장료 10쿡이었나


노인과 바다 광팬이었던 나는 여기를 꼭 봐야겠다 싶었음


시내에서 버스타고 40분정도 걸림



일단 입구에서 한장


저기가 포토 포인트임


헤밍웨이가 이 집에 살때 아내와 집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


어느 잡지엔가 실려서 커플로 온 사람들은


꼭 여기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음


이 양반 잘해놓고 살았구만!!!!


내 동심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


집 안에 없는게 없고 사냥도 엄청 좋아했었고


뭔가 조용한 할아버지같은 작가를 생각했던 내 동심과 팬심은


살아있는 역사 앞에서 와르르르르 무너져 내렸다


......생각해보니 헤밍웨이는 결혼을 4번인가 했고


모히토를 즐겼다는 말은 맨날 술 퍼먹었다는 말이고


마지막에는 우울증으로 미국 피웨스트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내 동심 돌려놔ㅠㅠㅠ......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우리가 출발했던 아바나 카파똘리아.


이 양반 돈 억수로 많았구만


지금으로 치면 김수현이나 이미도급의 극작가였던 거임


집에는 전망대 수영장 닭싸움장까지 있다


음 확실히 경치는 좋은 곳에 집을 지었군



헤밍웨이가 잘 먹었다는 사탕수수 음료수


3쿡 이쯤되면 헤밍웨이한테 개런티 줘야함


그래 이정도 재산에 집에 정든 사람들까지 두고


추방당해서 본국으로 쫓겨나면 나같아도 우울증 걸리겠다


저 음료수 맛은 있었음



다시 카파톨리아로 돌아옵니다


카파톨리아는 이미 3년 넘게 공사중


오바마가 왔을 때 잠깐 저 구조물들을 걷었다고 하기는 하는데


공산주의 사회 특성상 공사가 빨리 진행될 리 없다


그래 공사 마무리하면 이 사진은 또 역사의 한 장으로 남으리니



오늘 점심은 드디어 그렇게 고대하고 고대하던


쿠바 랍스터 8쿡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쿠바는 바닷가재가 매우 싸다


오매 저 살 통통한거 보소


볼리비아에서는 돈이 있어도 이런건 구경도 못했는데


어느덧 해가 지고


카리브해는 바다를 끼고 있어도 염도가 높아서


습하거나 끈끈하지 않은 세계 유일한 바다이다


호아까나에서 만난 다른 분들과 연합해서


쿠바에 왔으니 쿠바 재즈를 들으러 가기로 한다


유명한 곳이 2군데 있는데 우리가 가는 곳은


가게 이름 자체가 JAZZ CAFE



해가 지는 말레콘.


이때까지만 해도 여기 와서 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들은 낡긴 했지만 못 살 정도는 아니고


와이파이야 어차피 10년전에는 없었던 물건이고


다 포기하고 그냥 여기 와서 알콩달콩 살까.


굳이 핸드폰 쓰고 아등바등 하며 서울에서 살 필요가 있나.


이제 쿠바가 개방됐으니 이런 쿠바의 모습이 얼마나 남아있게 될까




저 멀리 보이는 마법의 성 같은 곳이


지금은 내빈 숙소로 이용되고 있는 과거의 힐튼 호텔이다.


쿠바가 공산화되던 날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힐튼호텔로 몰려들었는데


힐튼 지배인이 직원들 월급을 마지막까지 챙겨줬기에


직원들이 손님들을 지켜줬다는 일화가 있다.


사람들은 말레콘에 모여서 옹기종기 연애도 하고 과자도 사먹고


음악이 울리면 춤도 추고 논다



그리고 드디어 재즈카페 입장.


입장료 10쿡, 입장료를 내면 10쿡어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오버되는 돈은 내면 그만이고


와.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실력.


역시 남미 사람들의 성량은 다르구나.


한국 오면 보이스 오브 코리아는 씹어먹을 실력.


박수가 절로 나온다.



노래하고 내려오는데 쫓아가서


무슨 아이돌 팬마냥 오빠 사진찍어주세요를 시전.


인상 안 쓰고 찍어주심.


내가 들은 재즈(뭐 얼마 들어보지도 않았지만) 중에


재즈카페에서 들은 재즈가 최고였다.



두번째 팀.


30분 정도 공연을 하고 4팀이 교대로 새벽 2시까지 노래를 한다.


실내는 금연이라 담배는 나가서 피워야 함.


가운데 할아버지가 정말 재주꾼이었다.


키보드부터 쿠바 무슨 전통 악기까지


노래부터 시작해서 못하는 게 없으심



적당히 놀다 12시가 넘어서 나왔는데


재즈카페 앞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각자 악기를 끌어안고


또 풍악을 울리고 있는거임


색소폰을 불고 있는 할아버지한테 갔더니


우리도 하나씩 쥐여주며 같이 놀자고 ㅋㅋㅋㅋ


길거리에서 춤도 추고 정신놓고 놀다가


우리가 화음에 전혀 도움이 안됨을 깨닫고 숙소로.



카파톨리아 광장에 내려서 오빌리스 까사까지 걸어오는데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여자 혼자 다녀도


쿠바 놈들 치노- 뷰티플- 만 외치지 쫓아오지는 않는다.


남미에서 밤 10시가 지나도 여자 혼자 나갈 수 있는 곳은


쿠바와 갈라파고스, 두 곳밖에 없었다.


처음 3일까지는 쿠바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다.


여기 와서 살고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