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음의 위로

정루키의 굴욕

유리지아 2015. 7. 21. 17:37

 우리 루키는 2000년생 밀레니엄 돌이.

 

올해로 방년 16세. 강아지로 치면 완전 노령견.

 

지금 중학교 3학년인 사촌막내동생과 동갑.

 

재작년부터 폐에 물이 차는 병이 생겨서

 

계속 기침하고 매일같이 약 먹는 중.

 

상전중에 상전.

 

 

보라 이 방대한 콧구멍.

 

나이가 많고 병이 있다 보니 미용실에서 안 받아줌.

 

사고나면 책임질 수 없다 함.

 

스트레스 받으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 함.

 

하지만 날은 점점 더워지고 얘도 덥고 나도 덥고

 

이놈새키 털을 뿜뿜하는데다 내 방이 지 방인줄 알고 있어

 

내 방에는 털이 덩어리져 굴러다닌다.

 

청소기 돌려봐야 한나절이다.

 

그래서 털을 집에서 밀기로 결정.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구나....

 

바리깡과 루키가 지나간 자리.

 

더군다나 루키는 바리깡을 싫어하고

 

누가 자기 뒷다리 만지는 건 더더욱 싫어한다.

 

 

 

....최신유행 걸레컷....

 

애가 걸레가 됐네.....

 

심지어는 반만 밀림. 왼쪽만 밀림.

 

예전에 전두환이 남자들 두발 단속 할 적에

 

경찰한테 걸려서 밀리면 이렇게 밀렸을랑가.

 

 

 

일단 이대로 둘 수가 없어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나머지 오른쪽도 밀기로 결정.

 

사실 정말 밀어야 하는 곳은 다리랑 발바닥인데

 

그쪽은 손도 못대게 날뛴다.

 

 

 

완성샷.

 

일단 밀고 다시 보호대 끼워서 한번 더 밀었더니

 

그래도 눈 뜨고 봐 줄 정도는 되심.

 

데리고 나갔더니 동네 사람들은 그래도 예쁘단다.

 

....고마워요 예뻐해줘서ㅠㅠㅠㅠ......

 

 

 

삐짐.

 

단디 삐짐.

 

책상 밑에 들어갔다는 건 정말 삐졌다는 말임.

 

미안해ㅠㅠ 니 털이 이렇게 숱이 많을 줄 몰랐어

 

새옷 하나 사줄게

 

그거 금방 자랄거야

 

그래도 덕분에 방을 굴러다니던 개털뭉치는 사라졌다.

 

 

 

잘땐 천사.

 

코카라서 안고 잘 때 싸이즈 딱임.

 

그나마라도 벗겨서 덜 더운지

 

잘때는 나랑 같이 자려고 한다.

 

그리고 저 털 치우느라 난 한번 더 난리를 치렀다.

 

 

사랑하는 내 새끼.

 

이미 반이나 지나간 올해 그냥 보내버리고

 

내년 새해도 누나랑 같이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