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음의 위로

가슴에 묻은 내 막내, 사랑하는 우리 짜리

유리지아 2015. 7. 14. 23:14

 1997년 2월 20일부터 2012년 8월 6일까지

 

장장 16년을 나와 함께 보낸 강아지

 

애기때 입양되고 우리집으로 와서

 

나의 초,중,고,대,대학원까지 전부 같이 보낸

 

영원한 우리 막내

 

 

우리집 온지 며칠 안 됐을 때

 

내동생의 초딩 얼굴은 모자이크

 

이때 몸무게 500그램, 족보도 있는 순종 시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내 마지막 어린이날 선물

 

충무로에서 널 고르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해

 

토실토실 그냥 강아지

 

완전 이쁜 강아지

 

 

 

무슨 일이냐면 다들 예상하는 그 일

 

바로 그날

 

우리 짜리 고자된 날

 

괜찮아 넌 그거 없어도 예쁘니까

 

 

천둥 무서워하는 겁쟁이

 

비만 오면 일단 신경이 곤두서고

 

이불로 돌돌 말아서 안고 있어야 하는

 

열여섯해 내내 나한테는 동생이었던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보다 먼저 늙어버린.

 

 

 

2005년.

 

이때 벌써 8살.

 

더우면 집안 어딘가 그늘진 곳에 숨어들어감.

 

저렇게 들어가서 눕길래 찍은 사진.

 

할머니까지도 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며

 

생전 함부로 짖지도 않던 우리 착한 강아지.

 

 

 

숨막히는 뒷태.

 

투실투실 궁뎅이.

 

TV에도 몇번 출연했었던

 

일산 호수공원의 수퍼스타

 

일산의 꽃돌이

 

 

 

ㅇㅇ 꽃돌이.

 

시츄의 매력포인트 납작한 코와 커다란 눈.

 

지나가던 사람들이 짜리를 보면

 

얜 평생 사랑받고 산 티가 난다고 했었던.

 

 

 

보호색 장착.

 

중국 황실에서 살았던 시츄답게

 

엄청난 식욕과 느긋한 성격을 자랑함.

 

저렇게 주물러도 웬만해선 화내지 않음.

 

 

 

우리가족 이민가던 때.

 

정말 데려가고 싶었지만

 

비용은 둘째치고

 

이미 12살이었던 이 녀석이

 

장시간 비행과 동물보호소의 2주 격리감찰을 이겨낼 수 있을지

 

결국엔 데려가지 않기로 결정했었던.

 

아직도 가슴저리는 내새끼.

 

 

 

할머니랑 같이 살던 시절.

 

안그래도 납작한 얼굴인데 할머니가

 

앞머리가 눈 찌른다며 가위로 잘라버려서

 

이마에 고속도로 뚫림.

 

더 납작해짐.

 

 

 

가끔가다 내가 한국에 오면 이렇게

 

누나 방해하기.

 

공부하지 말고 우리랑 놀아줘.

 

루키까지 같이 방해하기.

 

 

 

아파서 며칠동안 드러누워 있던 시절.

 

만지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이 쏙 빠져서

 

온 가족이 다 같이 애태우던 시절.

 

아프지 마라.

 

제발 아프지 말고 오래 같이 살자.

 

 

 

마지막 리즈 시절.

 

이젠 누가 봐도 할아버지.

 

근데 너무 귀여운 할아버지.

 

더 이상은 모양을 낼 털도 남지 않았고

 

점점 화장실도 가리지 못하고

 

뒷다리 관절이 탈구되어 걷지도 못하던 우리 애기.

 

 

 

2012년 8월 6일.

 

공부한다며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짜리가 죽는다는 전화를 받고.

 

당장 한국에 가겠다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에는 얘를 이렇게 보내야 했다.

 

개로서는 짧지 않았던 16년.

 

나에게는 가족이 되어준 16년.

 

 

 

지금 짜리 목걸이는 내 보석함에 있고

 

짜리는 우리 일산집 마당에서 자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천국 문 앞까지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대부분의 애견인들은 이 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난 거기에 누가 있을지 안다.